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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는 하루 평균 두 끼니도 못 먹는다. 1.8끼니를 때운 1인 가구는 월 소득 가운데 약 40%를 생활비로 썼다. 1인 생활에서 느끼는 걱정은 경제적 안정이 손꼽혔다. 여성이 꼽은 어려움 1위는 경제적 안정이었지만 남성이 꼽은 어려움 1위는 외로움이었다. 1인 생활에 만족할수록 결혼할 생각이 강했다. 한국 청년 1인가구(25~34세)는 일본(18~34)보다 배우자를 고를 때 까다로웠다. 결혼에 따른 우려사항은 결혼자금과 주거가 손꼽혔다.
1인가구 800만 시대가 다가왔다. 대한민국 총 가구 가운데 30%가 1인 가구일 정도다. 1인가구는 늘었지만 삶의 질은 좋아지지 않았다. 고물가에 시달리며 허리띠를 졸라매도 대기업 일자리는 늘지 않고 결혼을 준비하려면 준비할 것도 걱정할 것도 많기만 하다. 회사를 다니더라도 비상자금을 마련하고자 부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수입 활동을 하는 1인가구는 무려 54.8%였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17일 ‘2024 한국 1인가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며 지난해 한국의 1인가구는 783만 가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체 가구 가운데 무려 35.5%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2050년에는 한국의 1인가구가 전체 가구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41.7%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사는 1인 생활 기간 6개월 이상의 독립적 경제활동을 하는 25~59세 남녀 총 전국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고물가와 물가를 잡기 위한 고금리 기조가 겹치면서 경제 여건이 악화한 가운데 체감 물가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는 1인가구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위기 상황이나 불안한 상황은 지나갔지만 그동안 누적된 고금리·고물가 때문에 체감 물가와 괴리감이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3% 상승해 두 달 연속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게 느껴지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고환율 등에 따라 물가도 상방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배경에 한국 1인가구는 하루 평균 두 끼도 못 먹고 과거보다 직접 밥을 해서 먹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 유독 식사비 상승이 두드러지자 식비마저 부담돼 먹는 끼니 수를 줄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외식보다 저렴하게 끼니를 때우는 현상도 눈에 띈다.
고물가에 생활비 비중이 늘어나고, 여윳돈도 줄어 ‘투잡’을 뛰는 사람도 비일비재하다. 경제적 안정에 대한 1인가구의 걱정은 끊이지 않는다. 청년 1인 가구의 경우 결혼에 대한 욕구는 높지만 결혼자금·주거 마련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생활마저도 빠듯한데 목돈이 드는 결혼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게 한국 청년의 현실이다.
1인가구 끼니 때우기도 빠듯
1인가구가 많이 생겨났지만 이들이 생활에서 느끼는 걱정거리는 여전했다. 지난해 1인 가구가 생활하면서 느끼는 걱정거리는 ‘경제적 안정’(22.8%)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외로움’(18.1%) ‘건강’(17%) 등 순으로 집계됐다.
2022년과 비교하면 걱정거리로 경제적 안정을 꼽는 비율은 3.2%p 늘었다. 2022년에 외로움과 건강을 꼽은 비율이 각각 19.6%·16.7%였던 점을 감안하면 1인 가구의 경제적 안정에 대한 걱정이 더욱 심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적 안정에 대한 부담은 식생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하는 1인가구는 주간 평균 12.9끼·하루 평균 1.8끼를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두 끼를 챙겨 먹는 것도 빠듯하다는 얘기다.
혼자 밥을 먹는 이른바 ‘혼밥’을 하는 응답자 비율도 올해 67.8%로 2020년 대비 2.6% 늘었다. ‘혼밥’을 하는 방식에서도 ‘직접 밥을 해서 먹는다’는 비율이 60.4%로 가장 많아 고물가에 따른 식비 절감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였다.
소득에서 생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어섰다. 연평균 소득이 평균보다 높은 25~29세 수도권·광역시 거주 25~29세 청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1인가구 월 소득의 40.8%는 생활비로 지출됐다. 이 비중은 2022년과 비교하면 2.1%p 늘었다.
월 소득에서 여유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0.1%에서 올해 16.2%로 3.9%p 쪼그라들었다. 반면 이자 납부 등 대출 상환 목적 지출은 같은 기간 10.8%에서 12.6%로 늘었다. 고물가·고금리 등 여파로 대출 상환 및 생활비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생계 부담이 가중되면서 회사를 다니면서도 절반 이상의 1인가구가 부업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1인가구 중 94.3%가 임금 근로자였는데, 1인가구 중 54.8%는 부수입을 얻기 위해 부업을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과 비교하면 12.8%p나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부업 인구는 57만500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1인가구가 부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유·비상자금 마련’(38.7%)이 가장 많았다. 2022년과 비교하면 7.2%p 늘었다.
부업 활동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광고를 시청하거나 미션을 수행하고 보상을 얻는 애플리케이션 재테크인 ‘앱태크’가 42.1%로 가장 많았고, 소셜 크리에이터·블로거(6.2%)·(서비스직 아르바이트)가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고물가·고금리로 생계 부담이 더해지고 일의 형태가 다양화되면서 부업 인구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허리띠 조이는 1인가구
서울시 성북구에서 10년 가까이 자취하고 있는 이 씨는 “식당에서 1만 원이 넘지 않는 메뉴를 찾기가 힘들다”며 “돈을 최대한 쓰지 않으려 하고, 장을 볼 때면 인터넷을 최대한 많이 살펴보고 가격을 꼼꼼하게 비교해 대량으로 구비해 두는 식으로 본다”고 말했다.
생활비가 부담이 되니 1인가구는 돈을 절약해야 한다. 고물가·고금리로 생활비 부담이 늘어 허리띠를 졸라매는 1인가구도 늘어나고 있다. 예전보다 더 계획적으로 지출하고 꼼꼼하게 자산관리를 하는 1인가구는 최근 급증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한도에서 지출한다는 의견은 75.3%로 2022년 대비 18.4%p나 늘었다. 매달 지출 금액과 저축 금액을 정해 뒀다는 응답도 49.2%로 절반에 가까운 1인가구가 계획적인 지출을 하고 있었다. 금융환경이나 상황을 고려해 정기적으로 자산을 점검하고 조정한다는 1인가구도 55.2%로 절반을 넘었다.
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 남성은 “독립 전에는 별생각이 없다가 1인 생활을 시작한 후부터 자산관리에 대한 조바심이 생겼다”며 “남들 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출을 줄이고 정기적으로 자산관리를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으니 자산관리를 효율적으로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1인가구도 늘어나는 추세다. 자산관리는 1인가구 스스로 계획해서 한다는 비중이 76.8%였다. 하지만 1인가구는 스스로 자산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경우는 21.8%에 불과한 반면,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32%로 더 많았다.
결혼? 결국 돈 문제
30대 청년 1인가구 A씨는 여자친구와 5년 넘게 연애했지만 결혼 얘기는 선뜻 꺼내지 못하고 있다. A씨는 “현재 소득으로 집값·생활비·저축 등 전부 돈 문제인데, 결혼 자금은 어떻게 모으고 둘이 살 집은 어느 세월에 구할지 막막하다”며 “오랜 기간 연애를 끝내고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서로 결혼 얘기는 선뜻 꺼내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청년들의 경우 1인가구로 생활하는 것은 비혼 의지로 1인 생활을 지속할 수도, 결혼 전에 거치는 한 단계에 그칠 수도 있다. 따라서 1인가구의 지속 여부는 결혼에 있었다. 혼자가 편한 사람은 1인 생활을 지속하려 하고, 결혼을 원하는 사람은 1인 생활을 중단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인 생활을 지속하려는 이유는 ‘혼자가 편해서’가 63.5%로 가장 많았던 반면, 1인 생활을 중단하려는 이유는 ‘결혼하고 싶어서’가 50%로 가장 많았다. ‘외로워서’라는 응답도 31%였다. 결혼의 결심 여부가 1인 생활 지속 여부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결혼 생각이 있는 한국 청년 1인 가구는 결혼자금이나 주거 마련 등의 경제적 측면에서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청년 1인가구 중 73.1%는 결혼자금 마련에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다음으로 주거 마련에는 56.9%의 청년 1인가구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배경에 한국 청년 1인가구 중 ‘평생 혼자 사는 삶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비중은 36.4%에 그쳤다. 대부분의 청년 1인가구가 1인 생활 지속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잇따랐다. 결혼한 주변 친구들을 보면 행복해 보이냐는 질문에 한국 청년 1인 가구가 동의한 비율은 39%에 불과했다. 한국 청년 1인가구 7.2%는 향후 결혼 생각이 전혀 없다고도 응답했다.
전체 가구 중 1인가구 비중이 크게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결혼과 출산이 우리나라의 출산율 반등으로 이어지는 기틀이 될 수도 있다. 지만 결혼은 경제적 여건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인식하는 청년 1인가구가 많아 생활비 등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결혼에 대한 1인가구의 인식의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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