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역대급 3분기 실적… 회계 이슈에 전망은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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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5곳 3분기 누적 순이익 6조7041억 원… 전년比 17%↑
보장성보험 중심 CSM 확대 영향… 생보사 3곳도 호실적 행진
하반기 실적 변수 당국 ‘회계 가이드라인’… “CSM 감소 불가피”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17 10:39:00

▲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총 6조7041억 원으로 1년 전(5조7109억 원) 대비 17.4% 늘어났다. 연합뉴스

주요 보험사들이 3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사 5곳은 3분기까지 약 7조 원·생명보험사 3곳은 약 4조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새 회계제도(IFRS17) 수익성 지표에 유리한 장기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앞으로다. 금융당국이 무·저해지 보험 회계 산정에 칼을 빼든 만큼 보험사 실적이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카이데일리가 17일 5대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의 분기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이들 5곳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총 6조7041억 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3분기(5조7110억 원)와 비교해 17.4% 늘어난 규모다. 3분기만 놓고 보면 1조7437억 원에서 1조9074억 원으로 9.4% 증가했다. 5대 손보사는 올해 들어 1분기(2조4391억 원)를 시작으로 2분기(4조7968억 원)에 이어 3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손보사 5곳 모두 역대 최대 누적 순이익을 거뒀다. 삼성화재는 전년 동기 대비 13.7% 늘어난 1조8689억 원을 기록하면서 2023년 연간 순이익(1조8216억 원)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연간 순이익 2조 원 달성도 눈앞에 뒀다. DB손보도 3분기 누적 순이익이 1조6665억 원을 기록해 1년 전보다 18.2% 증가했다. 메리츠화재도 3분기 15.1% 늘어난 1조4976억 원을 거뒀다. 현대해상은 9333억 원을 시현했고 KB손해보험은 7378억 원을 기록해 각각 40.9%·6.2% 커진 실적을 냈다.

손보사들이 호실적을 거둔 것은 보험계약마진(CSM)을 늘릴 수 있는 장기보장성보험 판매에 공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CSM은 보험계약으로부터 미래에 발생할 이익(미실현이익)의 현재가치를 수치화 한 항목이다. 부채 항목에 CSM을 쌓은 뒤 이를 매년 일정 비율로 이익으로 상각하는 구조다.

삼성화재는 1~3분기 장기보험 부문에서 1조2110억 원의 CSM을 상각했다. 같은 조건으로 DB손보는 1조50억 원·메리츠화재는 8577억 원·현대해상은 7170억 원·KB손보는 6450억 원의 CSM 상각액을 기록했다. 9월 말 CSM 잔액은 삼성화재 14조1810억 원·DB손보 13조1750억 원·메리츠화재 10조6417억 원·현대해상 9조3210억 원·KB손보 9조3050억 원 순으로 컸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시장금리 하락 등으로 투자손익이 개선된 점도 실적에 힘을 보탰다. 보험사는 자산운용 포트폴리오를 채권 중심으로 구성하는데 채권 금리 하락 시 가격이 올라 평가이익이 오른다. 이들 5곳의 3분기 누적 투자손익은 2조3908억 원으로 1년 전(1조6521억 원)으로 44.7% 늘어났다.

호실적 분위기는 생보사도 마찬가지였다. 3대 생보사(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총 3조7881억 원으로 전년 동기(3조1478억 원) 대비 20.3% 증가했다. 삼성생명이 1년 전(1조5455억 원)보다 40.1% 늘어난 2조1659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업계 독주 체제를 굳건히 했다. 같은 기간 교보생명은 7575억 원에서 8952억 원으로 손익을 18.2% 늘려 2위를 유지했다. 반면 한화생명은 누적 순이익이 7270억 원에 그치면서 1년 전보다 13.9% 줄었다.

다만 호실적 흐름을 4분기에도 이어갈지는 의문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IFRS17과 관련해 무·저해지 보험 및 단기납 종신보험 해지율 가정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해당 보험을 많이 판 보험사의 손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산출 시 연말 결산부터 완납 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로그-선형 모형’을 원칙으로 적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납입 기간 중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대신 보험료가 저렴한 무·저해지 보험은 보장성보험 신계약의 63.8%를 차지할 정도로 업계 주력상품이다. 일부 보험사는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을 높게 가정해 CSM을 부풀리며 ‘고무줄 회계이익’을 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원칙모형(로그-선형)대로 해지율을 낮출 경우 그만큼 환급금이 늘어나 보험사 이익은 줄어들게 된다.

납입 기간이 5~7년으로 짧지만 더 길게 유지할 시 보너스 지급 등 환급률이 높은 보장성 종신보험에 대해서도 10년 차부터 해지율 30%를 의무 적용하도록 했다. 그간 단기납 종신보험의 해지율 가정을 낮춰 미래에 나갈 비용을 과소 계상한 보험사로서는 이익 감소 요인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감독당국이 제시한 계리적 가정 변경과 보험부채 할인율에 따라 보험사의 CSM 감소, K-ICS 하락 영향은 불가피하다”며 “무·저해지 해지율 추정 모형 변경에 따른 영향은 손보사가 클 것이고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 경쟁은 중소형사와 일부 대형사 중심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생보사가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