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억 vs 100만 명… 티빙·웨이브 합병해도 글로벌 벽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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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주요 주주 지상파 3사 합병 합의안 도출… KT는 아직 검토 중
넷플릭스 대비 글로벌 영향력 부족… 티빙·파라마운트+ 협력 6월 종료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29 11:54:15

OTT 플랫폼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면 국내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비슷한 규모를 확보할 수 있으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용자 수 차이가 커 합병 뒤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28일 미디어·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웨이브 주요 주주인 지상파 3사(KBS·MBC·SBS)가 최근 티빙과의 합병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했다. 다만 티빙 측 주요 주주인 KT는 아직 합병안을 검토 중이다. KT가 합병한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 합병 법인이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가 국내 OTT 시장 1위를 달리면서 토종 OTT들이 이에 대항하기 위해 연합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나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9월 기준 OTT 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넷플릭스가 1167만 명이고 티빙과 웨이브는 각각 787만 명과 427만 명이다. 둘을 합하면 1214만 명으로 넷플릭스보다 많다. 여러 OTT를 이용하는 중복 이용자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더 적겠으나 넷플릭스에 대항할 만한 규모를 갖출 수 있다.

해외시장 진출도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다. 국내시장만으로는 수익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며 한국 OTT 해외 시장 진출할 적기로 여겨지고 있다. 넷플릭스가 글로벌 서비스를 통해 막대한 자금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청자 확보가 필수적이다.

노창희 디지털 산업정책연구소장은 23일 김우영 더불어민주당(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이 주최한 한국 OTT 포럼 세미나에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사업자에 대한 종속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했을 때 국내 시장에서는 이용자 수를 맞추더라도 글로벌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웨이브 글로벌 플랫폼 ‘코코와’를 담당하는 박근희 웨이브아메리카스 대표는 올해 조선비즈·전자신문 등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코코와의 유료 이용자 수가 100만 명에 육박하며 한국 교민 외 현지 가입자 비중이 90%를 넘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 넷플릭스 3분기 실적 발표 기준 넷플릭스 총 가입자 수는 약 2억8270만 명이다.

티빙의 경우 미국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파라마운트 플러스와 손잡고 파라마운트 플러스를 국내시장에 공급하며 해외 진출을 노리려고 했으나 올해 6월 합작 서비스를 종료했다.

티빙과 웨이브의 통합 플랫폼이 탄생하더라도 넷플릭스와의 글로벌 경쟁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이희대 광운대 OTT 미디어 전공 교수는 “OTT의 근본은 글로벌 서비스고 콘텐츠 제작자의 입장에서도 자기가 제작한 콘텐츠를 얼마나 많은 나라에 공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전 세계는 힘들더라도 K콘텐츠가 인기를 얻는 지역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국내 업체들이 해외 서비스 역량을 갖췄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