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스토리텔링 강점… 美 디즈니 러브콜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국제일반

“다양한 문화권·연령층에 호소력 있어”
실적 부진 콘텐츠 왕국, 돌파구 마련 주목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11 18:01:09

▲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디즈니 ‘D23: 글로벌 팬 이벤트’. 행사 중 한국 취재진과 만난 디즈니 임원진이 한국 콘텐츠에 대한 호감과 성공 가능성을 적극 언급했다. 스카이데일리·연합뉴스

디즈니가 K콘텐츠에 적극 손을 뻗치고 있다. 디즈니는 오랜 세월 세계 최고의 콘텐츠 왕국으로 자리매김해 왔으나 근년 실적 부진으로 고전 중이다. K콘텐츠를 통해 디즈니가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디즈니 ‘D23: 글로벌 팬 이벤트’ 행사 중 한국 취재진과 만난 디즈니 임원진이 한국 콘텐츠에 대한 호감과 성공 가능성을 적극 언급했다.

월드디즈니컴퍼니(이하 디즈니)의 에릭 슈라이어 TV스튜디오 및 글로벌 오리지널TV 전략부문 사장이 한국의 영상콘텐츠 제작·스토리텔링 수준에 대해 “매우 뛰어나다”고 평했다. 그는 “전 세계 관객들이 이를 알아보고 반응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콘텐츠·영화·텔레비전·음악엔 전 세계인들이 공감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짚었다.

슈라이어 사장에 따르면 “한국 콘텐츠는 디즈니의 글로벌 콘텐츠 전략 중 아주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며 그 대표적 성과의 하나가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콘텐츠 K드라마 ‘무빙’이다. 강풀 작가의 웹툰이 원작인 이 드라마(20부)는 지난해 디즈니+ 오리지널시리즈 최고 인기작으로 꼽혔다. 초능력자 등장인물들의 비밀과 애환을 그린 휴먼드라마 ‘무빙’은 소재의 참신함에 K드라마 특유의 연출력·연기력이 더해져 크게 호평 받았다.

디즈니의 수장인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1월 실적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이 전 세계 디즈니+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고 특별히 언급했을 정도다. 이날 슈라이어 사장과 함께 인터뷰에 임한 캐럴 초이 디즈니 아태지역 오리지널콘텐츠 전략 총괄의 경우 “(K콘텐츠가 가진) 다양한 연령층 상대의 호소력”을 꼽았다.

특히 초이 총괄은 자신의 비(非)아시아계 지인들의 어머니들까지 K드라마를 좋아한다며 “이유를 물어보면 명확한 답변이 돌아오진 않을 때가 많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분에 관해 향후 전문 연구자들이 나서게 될 것이다. 아시아권을 넘어 다양한 문화권의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K드라마 성공이란 학술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 하기 때문이다.

슈라이어 사장은 한국을 방문해 강풀 작가와 만났을 때를 떠올리며 그를 “훌륭한 제작자”로 평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강풀 작가의 자기 스토리에 대한 진심어린 열정을 느꼈다”며 올 하반기에 나올 그의 차기작 ‘조명가게’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조명기구 가게를 통해 이승과 저승이 연결돼 산자와 죽은자의 이야기가 교차한다는 내용을 그린 작품이다. 설정의 문학적 은유도 좋지만 각양각색의 조명등이 어우러져 연출될 화면 등 영상화로 매력을 더할 것이다.

슈라이어 사장은 또 한국에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하는 대작들을 제작할 계획이라며 “한국에서 (디즈니) 투자의 계속적인 증가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무빙 같은 뛰어난 콘텐츠라면 자연스럽게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이들 임원에 따르면 디즈니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콘텐츠 투자 가운데 K콘텐츠 비중이 “월등하다.” 초이 총괄은 “일본 애니메이션 라인업도 탄탄하긴 하지만 대부분 이미 잘 알려진 것들이라 (디즈니의) 창의적인 기여도가 적은 편”이라며 “실사 콘텐츠 중엔 한국콘텐츠 비중이 압도적”이라고 짚었다.

투자할 때 선택 기준을 묻자 슈라이어 사장은 “대량의 데이터와 분석을 참고하지만 궁극적으로 특정 콘텐츠와 제작자들에 모험을 걸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후보작들 속엔) 인위적으로 느껴지는 콘텐츠도 많다며 “그런 부분에서 많은 논의를 한다”고 말했다. 뛰어난 연출가나 연기자들은 이미 많다. 결국 ‘재미’와 ‘스토리 개연성’의 힘, 그것이야말로 흥행을 보장할 ‘스토리텔링의 우수성’이라는 뜻이다. 이 부분에서 K콘텐츠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