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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6∼9일 유럽연합(EU) 의회 선거를 두 달 앞둔 시점에서 유럽의 오랜 고민이 불거지는 모습이다. 국내외 주류 매체들 대부분 ‘극우 열풍 경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관련 소식을 다루지만 잘 들여다 봐야 할 측면이 많다. ‘유럽 통합’의 이상을 내건 지난 30여 년 EU(집행위원회 및 의회)의 현실에 회의적 시선이 짙어졌다.
유럽은 이민·난민 문제에 우크라이나전쟁까지 겹쳐 2차 대전 이래 최악의 위기에 봉착했다. EU 관련해선 막대한 예산 소요와 함께 바닥 민심과 괴리된 행보가 문제시된 지 오래다. EU 고위직 월급이 1만7000~2만7000 유로(약 2500만~3500만 원)인 것도 냉소의 대상이다. 거주·가족 수당 등 각종 혜택은 보수 외 별도 제공된다.
난민문제 등으로 EU와 사사건건 부딪힌 이탈리아가 이미 5년 전 EU 집행위원들의 고액 보수를 문제 삼았다. 당시 이탈리아 유력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집권 정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의 말을 빌어 “EU 고위직의 과잉 급료가 약 1억 명 EU 빈민들의 뺨을 때리는 격”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 최초의 여성 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연임을 향해 매진 중이다. 지난달 7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유럽의회 내 최대 정치그룹인 유럽국민당(EPP) 전당대회를 통해 슈피첸칸디다트(선도 후보)가 됐다. 앞서 지난달 EPP 일원인 독일 기독민주당(CDU) 후보로 뽑힌 상태다.
EU 재정 최대 공헌자인 독일의 CDU 지지가 집행위원장 연임에 주효하다. 그래서 폰데어라이엔이 2월 ‘친정’ CDU 소속 마르쿠스 피퍼 의원을 EU 중소기업 특사로 임명한 것에 이해 상충 우려가 제기됐다. 보도에 따르면 이 임명 건을 재논의하도록 집행위원 4명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개방형 직위인 EU 중소기업 특사는 핵심 보직의 하나다. 5년 임기에 월급이 1만7000 유로나 된다.
20년차 CDU 의원인 피퍼 신임 특사는 CDU가 속한 유럽의회 내 EPP에서 영향력이 상당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연임 도전에 필수 우군일 수밖에 없다. CDU가 내부적으로 6월 유럽의회 선거에 내세울 집행위원장 후보 선정 논의가 한창이던 시기 특사로 임명되는 등 시기도 공교롭다. 특사 임명 후 3주도 안 돼 폰데어라이엔이 차기 집행위원장 CDU 후보로 지명됐다.
2월 최종 후보 명단에 더 적임자로 평가된 체코·스웨덴 출신 후보가 있었다고 전해져 논란이 더 커졌다. 임명 절차에 하자 없다며 EU 집행위가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밟혔으나 프랑스의 크리스토프 그뤼들러 유럽의회 의원은 “폰데어라이엔이 EU 선거를 위해 정치적 게임을 한 것” “CDU 친구들 간의 작은 합의”라고 꼬집었다.
EPP 최근 여론조사에서 폰데어라이엔은 지지율 1위를 달린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시절 독일 국방장관 역임 후 2019년 11월 EU 집행위원장에 취임한 그는 정치적 올바름(PC)주의 즉 68(운동권)세대 세계관·가치관의 연장이자 재현에 충실하다.
물질적 풍요와 PC주의를 공유한 이들 EU 엘리트는 약자·다양성·환경 배려를 우선시하며 가정·교회·국가 등의 전통적 공동체 가치를 부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폰데어라이엔 역시 임기 초반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탈원전은 기본이며 현 집행부의 녹색산업 전환을 위한 입법 패키지인 그린딜이 대표적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7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된 현지 집권 여당 신민주주의당(ND) 행사에 참석해 연임 도전 공식화 이래 사실상 첫 유세를 벌였다. 그리스 ND는 폰데어라이엔이 속한 유럽의회 내 정치그룹 유럽국민당(EPP)의 일원이다.
이 자리에서 폰데어라이엔은 “하나되고 평화로운 유럽이 안팎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푸틴 친구들은 포퓰리스트 내지 선동 정치가가 돼 우리 역사와 미래를 가로채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의 독일대안당(AfD)과 프랑스의 국민연합(RN) 등을 들어 “명칭만 다를 뿐 목표는 동일하다”며 ‘극우’ 취급했다.
유럽의회 내 두 번째 그룹인 유럽사회당 행사에서도 비슷한 발언이 나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전날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유럽사회당 행사를 찾아 “우익 포퓰리스트들이 단결된 유럽을 상대로 선거전을 펼친다”며 “(그들은) 난민과 소수민족에 대한 반감을 고조시킨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도 언급됐다.
약 4억5000만 명 유럽인을 대표해 EU의 입법 및 심의 기구 구성을 위한 의회 선거가 5년마다 열린다. 27개 회원국의 개별 선거법에 따라 실시되며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방식으로 뽑힌다. 현행 705명이지만 다음 회기엔 720명으로 늘어난다.
EU 회원국은 유권자가 선호 정당만 고르거나( 폐쇄형), 정당과 후보를 함께 선택하는(개방형) 방식 중 하나를 시행 중이다.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의석이 배분되고 출마자는 정당‧계파의 명부 순위에 따라 의원 자격을 얻는다. 리스본 조약에 따라 인구 규모 등을 감안한 의석 수가 결정되며, 현재 96석인 독일에 이어 프랑스(74석) 영국‧이탈리아(각 73석) 스페인(54석) 폴란드(51석) 네덜란드(26석) 벨기에(21석) 등이 다수 의석국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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