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路 동서고금] <4> 배달의 민족… 단군·당골래·단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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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신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4-26 06:30:30

언제부턴가 ‘배달의 민족’이 주문 음식 배달앱 이름으로 더 유명해졌다. 40년 차 미국 교포 지인이 박장대소를 했다. 미국인과 결혼해 한국인 커뮤니티와 교류가 적었던 그는 20세기 민족주의 개념인 ‘배달의 민족’밖에 몰랐고 이를 배달업체 이름으로 삼은 센스에 탄복했다. ‘동음(同音) 말놀이’이자 탁월한 배송시스템을 만들어낸 ‘한국인 특유의 근성’을 잘 표현했다고 본 것이다.

다양한 택배 서비스가 지구촌에서 가장 빠르고 편리하게 이뤄지는 우리나라, 과연 ‘配達(delivery)의 민족’이다. 업체명 ‘배달의 민족’에선 配達(delivery), 민족주의 역사관 개념인 원래의 배달은 倍達이다. ‘배달민족(겨레)’이란 어휘는 일제시대 한반도인의 자존감과 저항의식의 매개로 성장했고 해방 후 특히 박정희정부 시절의 국민교육에서 적극 고양됐다.

한자 倍達을 굳이 풀이하자면 ‘몇 배로 뭔가를 달성하다’ 즉 유능함을 뜻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한자 뜻과 무관하다. 이는 ‘바토르’(=용사勇士·전사戰士)가 한자 음역 倍達을 거쳐 현대어에 편입된 단어로서, 몽골의 현재 수도 ‘울란 바토르’의 ‘바토르’와 어원이 같다. 중앙아시아 거대 유목민 집단 몽골의 한 갈래인 케레이가 동쪽으로 이동해 고구려를 세웠고 그 후신이 고려인 사실과 연관돼 있다. 3000~3500년 전 일이며 고구려 이전 단군(檀君)시대는 주술시대다. 이때를 훗날 이씨조선과 구분하기 위해 ‘고조선’으로 부르게 됐다.

어휘 ‘바토르’의 운명은 ‘케레이’와도 달랐다. 케레이가 한자 표기를 거쳐 나라이름 ‘고려’와 민족의 동의어격인 ‘겨레’로 현대까지 살아남은 반면, 바토르는 倍達을 경유해 급기야 배달 업체의 이름으로까지 전용됐다. 배달의 민족, 즉 배민은 몇 년 전 독일의 세계적 배달앱 서비스 업체에 넘어갔으니 이젠 그 대주주인 남아프리카공화국 기업의 자회사인 셈이다.

바토르 즉 배달은 단군 공동체 구성원의 일부다. 단군 역시 제사장에 해당하는 보통명사 ‘탱구르’(탱그리)의 음차이며, 비슷한 발음의 무수한 한자들 가운데 주의 깊게 골라진 세팅이 ‘檀君’인 것으로 판단된다. ‘탱’은 하늘 천(天)과 관계가 있다. 우리말에선 ‘ㅊ’으로 구개음화했으나 중국어 ‘티앤’ 일본어 ‘텐’ 등에서 원형이 엿보인다. 탱구르는 한반도 남부 호남 방언 ‘당골래’ 즉 전속 무당의 의미로 자리잡았다. 오늘날 주치의 개념에 가까우며 ‘단골’의 어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