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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 경쟁의 한가운데에 놓인 ‘인도·태평양’ 지역은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에 직결되는 곳으로 세계 인구의 65%·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적인 전략적 요충지다. 특히 99% 이상의 물동량을 해상을 통해 수출·입하는 우리 경제 구조의 특성상 전 세계 해상 운송량의 절반이 지나가는 인·태 지역에서의 평화·협력은 무엇보다 절실한 과제이다.
윤석열정부는 이 지역을 ‘자유·평화·번영을 위한 연대와 협력의 지역’으로 꼽고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 강화 △공급망 회복력을 높이는 경제안보 강화 △ 핵 비확산·해양 등 안보 분야로의 협력 확대 등의 ‘목표’를 2022년 11월 한국-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천명했다.
한·인도의 관계는 2015년 5월 박근혜정부 당시 모디 인도 총리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Special Strategic Partnership)’로 격상됐다. 윤 정부 들어 양국 관계를 한 차원 더 끌어올리자는 주장이 제기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달 5일부터 6일까지 진행된 ‘제10차 한·인도 공동위원회의(Joint Commission Meeting·JCM)’에 참석 차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Dr. Subrahmanyam Jaishankar) 인도 외교부 장관이 방한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그는 우리 정부 당국자와 양국이 국방·방산·안정적 공급망 구축·핵심기술·인프라 등 각 분야에서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우리 정부의 외교 당국자는 양국 관계를 한층 더 끌어올리며 협력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방식을 택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한국과 인도 관계를 ‘국방·안보’ 분야에 집중해 전략적 협력 방안을 모색해 온 라빈더 싱 아시아연구소 아시아안보학부 이사(국제정치·한국학 박사)는 양국 간 안보협력 강화가 절실하다고 주장해 왔다. 싱 이사는 최근 스카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6년 만에 열린 10차 JCM 회의인 만큼 양국 관계의 근본적 재평가와 전략적인 재편을 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인·태 지역에서의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해 안보위협에 대응해 국방·군사기술 협력 증진을 통한 공동번영을 이루자”고 강조했다.
다음은 라빈더 싱 아시아연구소 이사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제10차 한·인도 공동위원회 회의(JCM·Joint Commission Meeting)’의 의의를 평가한다면
‘한·인도 공동위원회 회의’의 주된 목적은 아세안을 비롯한 주요국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을 포용과 신뢰와 긍정이 가득한 협력의 지평으로 열어 나가자는 것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은 전 세계 강대국들이 노리는 최우선 전략 지역으로 인도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전체의 관심이 몰려 있는 최고의 요충지이다. 이 때문에 제10차 JCM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이번 10차 JCM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유는 진보 성향의 문재인정부에서 보수 가치를 따르는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후 열리는 회담이라는 점에 있다. 2017년 문재인정부는 ‘신남방정책’을 추진하며 같은 해에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Free and Open Indo-Pacific)’ 전략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미국·일본·인도·호주의 쿼드(QUAD) 안보 협의체가 발족된 당시였는데 문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 관계로 이에 소극적 모습을 보인 것이다.
윤 정부는 다르다. 미국 주도의 쿼드는 물론 부상하는 인도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국제질서의 흐름 속에서 미국과 인·태 전략을 함께하려 하고 있다. 인도를 상대로 더 실용적이며 합리적인 외교 정책을 채택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인·태 지역 정중앙에 있는 인도의 경우 미·중 세력의 역학 관계 변화로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조율하고 있는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인도와의 전략적 협력은 필수가 됐다.
이번 회의는 급변하는 인·태 지역의 지정학적 이슈와 함께 법치·비핵 확산·대(對)테러·경제 안보 네트워크 등을 확충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양국 협력을 고려한 맞춤형 개발 협력 파트너십과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협력 등이 고려되고 있다. 또한 상호 이해와 교류 증진에도 관심이 모일 것이다. 2023년 12월10일은 한국과 인도가 정식 외교관계를 맺은 지 꼭 50년이 되는 때였다. 한·인도가 외교 관계를 맺은 첫해인 1973년에는 상호 교역액이 1400만 달러(약 181억 원)에 불과했으나 그동안 교역액이 무려 278억 달러(한화 약 35조9687억 원)나 늘었다. 비약적 경제협력을 해 온 것이다.
이제 두 나라의 관계는 단순 ‘경제협력’ 관계를 넘어 인· 태 전략 추진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접점 확대를 통해 새로운 동반자 개념을 정립할 때다. JCM은 양국 관계의 성장뿐만 아니라 세계 전략과 함께하는 협력 현안을 전 방위로 확대해 다룰 것이다. 또한 한·인도의 관계가 새로운 동반자 관계로 가는 길을 터 줄 것이다.
-한국과 인도의 관계,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는가
한국·인도는 모두 중대한 국가 산업적·전략적 변화를 겪어 왔다. 양 국가는 1990년대 중반 협력을 구체화했다. 이전까지는 사회주의 노선을 택한 인도의 정치·경제적 구조의 특성상 간헐적·간접적 협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구소련이 붕괴하고 인도가 본격 경제 개방을 하면서부터 미국과 미국 동맹국들과의 관계 발전에 본격적으로 힘쓰기 시작했다.
인도는 한국을 산업화에 성공한 미국의 우방국가로 인식한 후 성장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수준의 협력을 발전시켰다. 1996년 2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인도 뉴델리를 공식 방문해 나라심하 라오(Narashimha Rao)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Future-Oriented Partnership)’로 구축했으며 2008년 ‘한·인도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CEPA·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이 체결됐다. 2015년에는 이것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Special Strategic Partnership)’로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인·태 전략과 맞물려 양국 관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서 한층 더 격상되어야 하는이유는
2015년 이후 양국은 매년 정상회의 개최에 합의했고 외교·국방 차관금의 2+2 전략대화를 출범시키며 특히 군사·안보 분야 협력에 집중했다. 경제적으로는 CEPA 개정 협상을 개시하고 한·인도 CEO 포럼을 개최해 양국의 비즈니스 협력을 촉진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군사·안보 교류의 증진에 관심이 모인다. 이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6억5000만 달러(약 8410억 원) 규모의 한국산 K9 자주포의 인도 수출 거래가 성사됐다.
-양국 협력을 강화할 방법은
양국 협력의 강화는 무역 협정·공동 투자·기술 교류·국방 협력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이 분야에서 서로의 강점을 활용해 협력을 촉진하고 양국 경제 유대를 강화하며 지역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반도체·전기차·정보기술(IT)·방산 분야 등 첨단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인도 또한 연 평균 6~7%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면서 국제적 위상과 역할이 높아지고 있다. 즉 첨단기술·글로벌공급망 회복·디지털 경제 등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의 우선적 협력 체계를 이루어낼 수 있다. 미래지향적이고 지속 가능한 협력 관계를 우선적으로 맺고 이를 통해 정부·산업체·민간 등 전방위적으로 다방면에서의 연대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인·태 지역에서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양국의 협력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한·인도 양국은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 미·중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할수 있다. 그 옵션 중 하나로 미·중 양국이 성장과 안정을 취하게 해야 한다. 두 나라를 공통된 플랫폼에 안착시키는 것도 그 방법 중 하나다.
미국은 지난해 인·태 지역에서 해양 안보를 중심으로 동남아 및 인도양 주요국을 미국 안보네트워크로 끌어들이며 거대한 안보네트워크의 큰 축을 구축했다. 동북아시아에서는 한·미·일 협력을 강화했으며 남태평양에서는 ‘호주·영국·미국 안보협력(AUKUS)’으로 호주에 대한 원자력추진잠수함(SSN) 공급 이행 계획을 실현했다.
군사 훈련도 본격 재개됐고 미국 주도 동맹과 유럽의 나토(NATO)도 이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인도는 미국 안보네트워크에서 집중하는 ‘정보·감시·정찰(ISR)’ 자산 제공 및 첨단 민·군 겸용 기술정보 공유를 위한 인태 지역에서의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에서 한 팀이 될 수 있다. 지난해 8월 한·미·일 3국은 미국 워싱턴 캠프데이비드 협정으로 같은해 12월부터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를 가동했다.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방어(MD) 체제에 함께하기 위해 2022년 11월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을 체결하고 북한과 중국 및 러시아에 대한 견제 태도를 선명하게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현재는 일본과 호주가 미국 주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에 적극적인데 이후 이를 중심으로 한국과 인도가 공조할 수 있다. 그럴 경우 군사정보 네트워크 안에서 기술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과 문화 협업은 어떻게 가능할까
5G·인공지능(AI)·자동주행 시스템·극초음속(hypersonic) 기술 등과 같은 첨단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우주·사이버공간에서의 정보 공유와 융합 또한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해 양국 간 산업 연계를 할 수 있으며 각 기업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인도인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한국 화장품과 음식에 대해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K팝과 드라마에도 관심이 많다. 문화 교류를 위한 정부 부처 및 기관차원의 협력을 통해 인도와 한국 각각 교류의 폭과 크기를 키워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
프로필
△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 국제무역학 시니어 펠로우십
△ 성균관대 한국학 박사
△ 자와할랄 네루대 국제관계학 박사
△ 아시아연구소 이사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방문교수
△ 아시아재단 방문 펠로우
△ 국립외교원 부설 외교안보연구소 방문연구원
△ 서울특별시 명예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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