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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에게는 낯선 ‘산업용재’ 분야에는 40년이라는 올곧은 세월을 걸어온 역사의 산증인 송치영 한국산업용재협회장이 있다.
무려 40년에 걸쳐 생업의 터전을 일구며 그 속에서 가정도 지키고 2대째 가업이라는 다소 무거운, 맡겨진 책무도 성공적으로 수행해 냈다. 모두 송 회장이 이룬 자랑스러운 역사다.
송 회장이 이끄는 (주)프로툴은 창업자인 아버지에 이어 자녀 세대인 후계자까지 성공적으로 데뷔를 마친 대표적 혈육 승계 기업이다. 1968년 설립된 프로툴은 올해로 창사 56주년을 맞았다. 1세대인 아버지로부터 사업을 물려받아 2세대인 송 회장에게까지 온 것이다. (주)프로툴은 공구 유통의 메카로 이름난 서울 청계천에서 신흥상사라는 작은 기업으로 출범했다.
송 회장은 “가족 간 관심사가 같아 가업 상속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로부터 사업을 이어받아 40년째 종사해 왔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2022년 2월 한국산업용재협회장으로 취임해 3년간 협회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가업에 대한 일편단심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0년 단위로 4번의 인생 수레바퀴가 구르는 40년의 시간 동안 송 회장은 오롯이 용재 산업만 바라봤다.
“산업용재라는 용어가 생소하지요….”
거리감이 느껴졌던 산업용재라는 말에 비해 훨씬 익숙한 공구라는 단어가 등장하자 조금은 무겁던 분위기가 달라졌다.
“초기에는 한국기계공구상연합회에서 출발했어요. 그런데 공구라는 단어가 포함할 수 있는 기계의 범주가 제한적이다 보니 사실 더 넓은 범주를 포괄할 수 있는 산업용재협회로 자연스럽게 변형된 것입니다. 단점이라면 산업용재라는 말을 전문 산업종사자가 아니면 잘 이해하기 어렵다는 거겠죠. 한 번 들어선 기억도 안 날 테고.”
“저희 가업은 아버님 시대 청계천 골목상권에서 시작됐습니다. 프로툴을 세우면서는 유통의 종착지는 일반 개인 소비자가 20% 정도고, 주로 공구 도·소매상 대상으로 공급하는 비율이 80%를 차지합니다.”
공구 유통시장은 송 회장 사업의 주 무대나 다름없다. 초대 회장인 아버지 때부터 시작한 사업을 송 회장이 가족 대업으로 물려받으면서 시작된 2세대 경영이 현재진행형인 단계다.
“일반 사업이 아닌 대를 잇는 가족 사업이 됐습니다. 아버지가 1세대고 제가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2세대 시대가 개막된 셈이지요. 사실 아버지 세대는 먹고는 살아야 하는데 막상 할 것이 없으니 생계 전선에서 선택한 생계유지형 창업이 맞다고 봐요. 아버지 세대를 거쳐 저에게 넘어오면서 차세대 경영 형태로 전환됐기 때문에 아버지가 반평생 동안 일궈 놓으신 가업을 지키고 전문화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과 소명 의식이 생긴 것 같습니다.”
송 회장은 이에 대해 “1세대는 생계가 직결된 창업의 개념이었다면 2세대에는 가업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핵심역량 강화라는 숙제가 더해진 것”이라고 부연했다.
송 회장이 운영하는 프로툴은 △수공구 △에어공구 △전동 공구 △목공구 △배관 공구 등 7만5000여 종류의 제품과 글로벌 역량이 더해지면서 미국·독일·이탈리아·스위스·일본·중국·대만 등지에서 생산된 프리미엄 공구를 개발·공급하고 있다. 나아가 △자동차 △항공 △목공 분야의 납품 기반 노하우를 바탕으로 맞춤형 공급을 제안한다. 공구 유통과 더불어 통합 솔루션 사업도 제공한다.
소상공인으로서의 애환
송 회장은 “이 나이에도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잖아요”라며 웃었다. 그러나 열심히 생업에 종사하다 보니 앞으로 나서서 해야 할 일도 생겼다.
소상공인의 쫓겨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백년가게 특별법 제정’에 참여하거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 관한 법률’을 통한 EHC(유진기업 계열사)의 에이스 홈센터 금천점 개점 3년 연기라는 업적도 끌어 내며 대기업에 맞서 투쟁을 벌인 것이다. 정의를 위해서라면 현장으로 달려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청계천 골목상권은 산업용재 소상공인이 오랫동안 자리 잡아 온 터이자 기반이다. 그런데 서울시에서 갑자기 아파트 건설 계획을 결정하며 청계천을 전면 철거하고 소상공인 강제퇴거를 명령했다. 힘없는 소상공인은 삶의 터전에서 속수무책으로 내몰리기를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소상공인 골목상권은 한국 산업 발전의 역사를 함께하며 명맥을 이어 왔다. 이러한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 삶의 오랜 터전에서 무자비한 방식으로 터줏대감을 쫓아내려는 비상식적인 시도는 역사를 파헤쳐 없애려는 파괴 행위와 다를 것이 없다. 산업용재 소상공인은 청계천이라는 수로길을 수호하며 함께 숨쉬어 온 존재나 마찬가지다.
“골목상권은 단순히 상인하고만 관련된 게 아닙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트레이드마크이자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관광상품이 될 수도 있죠. 그럼에도 한 순간에 이를 없애 버린다면 삶의 터전을 직접 경작해 일궈 낸 소상공인의 피와 땀이 투입된 노력이라는 역사적 산물을 송두리째 빼앗는 행위가 될 것입니다.”
산업용재 산업은 다행히도 코로나19 등 사회적 이슈가 된 상황들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진 않았다. 산업용재에 대한 수요가 큰 굴곡 없이 꾸준했기 때문이다.
송 회장은 최근 초대 회장인 아버지를 모시고 50주년 창립기념식을 치렀다. 이에 대해 그는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기념식을 거행하며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산업용재 산업에 종사하며 한국산업용재협회를 대표해 회장직을 맡고 3년 차가 됐는데 상호 발전을 도모하고 함께 상생하는 가치를 실현한다는 공동 목표를 바라볼 수 있어 행복합니다.”
산업용재 사업의 전망
“아직도 산업용재나 공구라는 용어가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건 아니지만 이 산업 분야에 진입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장벽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모든 산업이 그렇겠지마는 전문 지식을 요하긴 하지요. 공구 가짓수만 100만 가지가 넘으니까요. 회사에서는 7만5000종류의 공구 재고를 3만5000여 개 확보하고 있습니다. 전문성을 필요로는 하지만 이미 생산이 된 기성 공구제품을 수입해 유통하는 것이 핵심 구조이기 때문에 공구 메이커들처럼 심층 연구나 물건을 직접 제조·개발할 일은 없습니다.”
우리나라엔 전국적으로 유통 공구상가가 탄탄하게 구축돼 있다. 지역적으로는 △시흥 △구로 △영등포 △인천 △안산 △대구 △부산 △광주 등지에 대단지 산업용재 유통상가가 포진돼 있다.
다만 이런 대규모 유통단지가 형성돼 있어도 전투적으로 초저가 제품을 공급하는 해외직구 사이트들에는 속수무책이다.
“대표적으로 테무나 알리 익스프레스 같은 직구 업체들은 서비스도 좋고 박리다매 시스템으로 가격경쟁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성을 가진 유통업자처럼 애프터서비스(AS) 같은 사후관리 서비스는 제공하지 못하잖아요. 그런 면에서는 전문 자격을 갖춘 소상공인을 따라올 수 없죠.”
“더욱이 그런 직구 업체들에서 모든 종류의 공구 재고를 확보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공구는 직접 물건을 보고 구매하거나 주문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산업 특성상 완제품처럼 구매 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있지만 커스터마이즈(맞춤 제작) 제품, 사전 조립하는 주문 제품이나 제조나 가공이 들어가야 하는 제품도 있으므로 산업용재 분야에서만큼은 무조건 판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경쟁의 우위를 장악하긴 쉽지 않을 겁니다.”
송 회장은 가업을 통해 이어지는 기업 승계 형태가 향후 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훌륭한 롤모델이 될 것으로 봤다.
“제가 운영하는 프로툴도 가족형 사업이기 때문에 3대로도 이어진다면 최상이 아닐까요. 저희가 쌓아 온 공구상들과의 인연도 30∼40년이 되었습니다. 또 세계시장에 진출하며 외국 업체들과의 사이에도 깊은 신뢰가 형성돼 훌륭한 공급망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신뢰가 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좋은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습니다.”
“현재 운영 중인 업체가 자녀에게 승계되지 않더라도 이 산업엔 미래가 있습니다. 청년회 조직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죠. 제가 협회장직을 수행하면서 가장 많이 염두에 두었던 핵심 추진 계획이 청년회 조직입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산업용재 산업 2세대는 광주와 대구 그리고 대전에서 조직화된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러한 2세들은 부모가 이끌어 온 기업을 승계할 후계자들이기 때문에 부모 세대가 이루고 닦아 온 것들을 계승하게 되죠. 이러한 가족 사업의 승계가 장차 훌륭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프로필
중소기업중앙회 제 27대 이사
중소기업중앙회 기업승계활성화 위원장
소상공인연합회 감사
(사)한국산업용재협회 제 25대 회장
시민단체 백년가게국민운동본부 위원장
(주)프로툴 대표이사(창사 56주년)
<저서>
끈 - 鐵든 인생, 세대를 이어 미래로(2019)
백년가업 – 내가 생각하는 백년가게의 조건(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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