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불법이민자' 표현… 후회 사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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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연설서 트럼프와 차이점 부각려다 사용
민주당에선 '미등록·미승인 입국' 표현 즐겨 사용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10 11:03:03

▲ 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연두교서에서의 '불법이민자' 발언이 문제가 되자 후회를 표하며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사진=백악관

▲ 공화당 하원의원이자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인 테일러 그린이 바이든 대통령의 국경정책에 반대하는 뜻에서 최근 불법이민자에 의한 살인사건을 거론했다. 사진=AP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국정연설 때 조지아주에서 여대생을 살해한 혐의의 베네수엘라 출신 이주민을 언급하면서 ‘불법이민자’(an illegal)로 지칭한 것에 9일 사과의 뜻을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국정연설 직후 민주당 안팎 일각에서 ‘미등록 이미자’(an undocumented) 대신 ‘불법이민자’라는 표현을 쓴 것에 불만의 목소리와 이의 제기가 있자 즉각 반응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자신은 어떤 집단을 비하하고 싶지 않으며 국정연설에서 그렇게 표현한 것에 “깊은 후회(remorse)”를 드러냈다고 AP 통신과 NBC 방송이 전했다. 이때 동원된 단어 ‘remorse’는 회한에 가까운 강한 어감의 내면적 후회를 뜻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자신을 구별하고자 한다”며 “‘불법’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았어야 했다. ‘서류를 구비하지 않은 상태’(undocumented)일 뿐인 사람들”이라고 고쳐 말했다.

‘불법이민자’란 정식 입국절차 없이 남의 나라 국경을 넘어 온 사람에게 쓰이는 보편적인 어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시절 이민자의 권리 존중을 내세웠던 민주당 당원들 사이에선 ‘불법’ 대신 ‘미등록’ ‘미승인’ 표현이 애용됐다.

‘약자 배려’ ‘이민자 존중’ 등은 지난 20여 년 전 세계적인 보편 가치가 됐다. 다만 서유럽 등 선발 선진국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작용으로 사회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출산율 회복이 난망한 가운데 이민 도입을 고려하게 된 대한민국 역시 남의 일로 바라볼 사안이 아니게 됐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의 7일 국정연설 때 상원에서 국경 및 안보에 대한 초당적 합의가 이뤄졌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언급하던 중 열혈 트럼프 지지자인 공화당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이 지난달 조지아주에서 살해된 레이컨 라일리를 거명하면서 그녀가 ‘불법이민자’에게 살해됐다고 언성을 높인 것에 즉흥적으로 대응하다 나온 발언이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맞다, 불법이민자에 의해서였다. 그런데 합법적 이민자에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해되는지 아느냐” 되받아졌다. 지난달 조지아주에서 간호학과 대학생 라일리를 살해한 용의자가 베네수엘라 출신 불법이민자로 드러나자 공화당은 이 사건을 들어 바이든 정부의 국경정책을 공격하고자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차이점을 적극 부각시켰다. 지난해 12월 트럼프의 “posioning the bood of our nation” 발언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엔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로 옮겨져 트럼프의 나치식 인종주의 이미지를 강화시켰으나 문맥을 따져보면 진의가 크게 왜곡됐다. ‘(근면·성실·경건 등 건전한) 미국의 (건국)정신을 중독시킨다’ 정도로 번역될 만한 대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