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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원 회의에서 예산안이 또 한차례 부결되면서 셧다운이 최장기록을 경신했다. 국민 체감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영공이 폐쇄된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4일(현지시간)열린 미 상원 회의에서 정부 지속예산 및 연장조치를 담은 법안의 투표가 이루어졌다. 표결 결과 찬성54표, 반대44표로 민주당이 반대 입장을 유지하면서 공화당은 법안 통과에 필요한 60표를 얻지 못했다. 이번이 14번째 예산안 부결이다.
10월1일부터 시작된 해당 법안은 양당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상원에 계류돼 있다. 민주당은 ‘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을 법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공화당은 정부를 정상 가동한 다음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정치적 공방은 계속됐다. 회의에서 공화당은 “민주당이 내년 선거(2026 중간선거)가 끝날때까지 협상을 미루고 있다”며 ‘시간끌기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건강보험과 복지 예산을 지나치게 삭감하고 있고 본격적인 정책 협상을 회피하고 있다”고 맞섰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정부 재개를 먼저 하자”는 목소리와 “지금 타협하면 우리가 요구하는 정책이 희석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법안이 또 다시 부결되면서 셧다운이 종료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4일 치러진 지방선거 일정이 겹치면서 지금 협상 타결은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지지층 결집에 손해가 갈 수 있어 타협을 미루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에 이어 또다시 핵 옵션을 주장하며 공화당을 압박했다. 트럼프는 4일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서 “우리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종결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중간선거도,다음 대선도 이길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미치광이들이 자기들 표로 모든 것을 막아버린다면 어떤 정책도 통과시킬 수 없고 공화당이 그 비난을 받을 것”이라며 핵 옵션 사용을 공화당 의원들에게 촉구했다.
‘핵옵션’은 의사규칙을 변경해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의 의결정족수를 60명에서 단순 과반(51명)으로 낮추는 것이다. 이 제도를 사용하면 다수당이 원하는 안건을 단독 처리 할 수 있다. 이는 상원의 전통적인 협치 문화를 파괴해 정치적 파장이 커 ‘핵옵션’으로 불린다. 공화당은 트럼프의 요구에도 의회의 원칙을 깨면 향후 자신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하며 핵옵션 사용을 꺼리고 있다.
항공 운송의 피해가 극심한 가운데 영공 폐쇄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관제사 부족은 만성적인 문제였는데 셧다운으로 결근 관제사가 증가하며 상황이 악화됐다. 숀 더피 교통부 장관은 3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안전을 위해 전체 영공을 폐쇄할 수 있다. 사람들이 비행기로 이동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달 27~30일 추수감사절 항공 특수를 앞두고 있어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항공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식비 지원, 공무원 급여 지급. 행정 서비스 등 여러 분야에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셧다운이 6주 지속될 경우 미국 경제에 11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집권 2기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CNN방송이 3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 중 61%는 트럼프의 셧다운에 대한 대처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각 정당의 지도부가 셧다운 사태를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58%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뉴욕 증시가 하락 분위기를 탄 데도 셧다운 장기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4일 실시된 지방선거 결과가 셧다운 사태의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이번 선거는 뉴욕,버지니아,뉴저지 등 일부 지역에서만 치러지지만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양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 변화를 짐작해볼 수 있는 지표로 평가된다. 이번 선거 승자는 선과 결과를 바탕으로 예산안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전 최장기록이었던 35일간의 셧다운은 트럼프1기 당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를 통과한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론이 악화되고 피해가 커지자 트럼프가 요구한 57억 달러의 장벽 건설 비용을 제외한 임시예산안이 통과됐고 트럼프도 수용하면서 셧다운이 종료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악화하는 민심 앞에서 결국 물러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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