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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4일 우리 국회는 추가경정예산안(31조7914억 원)을 통과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크고 아름다운 법안(BBB·Big Beautiful Bill)’에 서명했다. 우리 추경의 핵심은 민생회복 지원금 명목의 소비쿠폰 지급(13조8000억원)이다. 미국의 BBB 법안의 핵심은 세금 감면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내수 진작을 위한 조치다… 지금 골목 경제가 너무 안 좋다… 약간의 마중물을 부어 주면 선순환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서명식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은 경제적으로 로켓처럼 비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양국 지도자들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곧 경기 부양이다.
경기 부양에는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추경 예산 확보를 위해 이재명정부는 국방비 삭감과 가덕도 신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 국가장학금 삭감 등을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저소득층 의료보험 지출을 삭감했다. 우리는 감시 카메라를 비롯해 군 과학화 사업 등이 희생됐고, 미국은 1200만 명이 무보험 상태가 된다고 한다. 양국의 정책 우선순위 차이가 확연하다.
한·미 양국 공히 경기 진작 자금은 정부 부채로 이를 조달해야 한다. 민생지원금 지급으로 올 연말 우리 국가 채무는 1300조6000억 원으로 4년 전 대비 330조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미국은 향후 10년간 국가 부채가 3조4000억 달러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한국재정학회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정부 부채가 1.0% 증가할 경우 소비자 물가지수는 최대 0.15%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골드만삭스 추산에 의하면 미국이 재정 긴축을 10년간 더 연기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5.5%에 해당하는 정부 지출을 삭감하거나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한다. 이를 감내하지 못하면 제2차 세계대전 후 사용했던 인플레이션과 금융 억제책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영국 시사 주간 이코노미스트지는 경고했다.
이번 달 지급되는 소비쿠폰은 소비 심리를 회복시킬 것이나 동시에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2%선의 안정적 수준을 보이는 올해 우리 물가를 흔들 수 있다.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당초의 목표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오르면 이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진다. 인플레는 서민들의 주머니 속 돈을 녹아 없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아프리카 짐바브웨 근무 당시 1백조 짐바브웨달러(＄100,000,000,000,000)
지폐를 실제 사용한 적이 있다. 최초 발행 당시 이 지폐는 미화 100달러 정도였으나 초인플레 상태에서 며칠 못 가 4~5달러로, 최종적으로는 0.29센트(2원86전)로 가치가 급락했다.
우리도 물가고에 시달린 적이 있었다. 1960~8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물건 값이 매년 10%씩 오르는 것은 정상이었다. 1973·79년 2차례의 오일 쇼크 등이 물가 상승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당시 주부들은 화장지·비누 등을 사재기했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미국에서 화장지 사재기가 성행했는데 우리가 일찍이 경험한 일들이다.
경제 체질 개선책 없이 돈만 푼다면 꺼져 가는 모닥불을 살리기 위해 대팻밥을 뿌리는 격이다. 잠시만 타오르면 소용없다. 풀린 돈이 증시로, 부동산으로 몰려가 있는 사람들이 더 부자가 되는 등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 신산업 발굴, 각종 규제 철폐와 함께 정치 논리가 시장을 지배하는 부조리 차단 등 근본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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