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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압구정동에서 있었던 롤스로이스 교통사고는 엄청난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20대 운전자 신우준이 운전했던 롤스로이스는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역 근처 인도로 돌진해서 20대 여성을 치었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피해자를 구하려고 안간힘을 다할 때 신우준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더니 도망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신우준을 붙잡아서 음주와 마약류 검사를 진행했다. 목격자들은 운전자가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음주 조사 결과 알코올 성분은 나오지 않았다. 마약류로 분류되는 케타민 성분이 검출됐다. 마취제인 케타민은 데이트 성폭행에 악용된다고 알려졌다.
케타민에 취한 롤스로이스는 잔인했다. 롤스로이스에 깔린 피해자는 두피가 벗겨졌고 양쪽 다리 뼈가 피부를 뚫고 나왔다. 많은 이가 기적이 일어나길 바랐지만 피해자는 결국 사망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참극에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가해자에게 약물을 처방해 준 의사를 처벌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롤스로이스 운전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했던 의사는 수면마취 상태인 환자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이유로 징역 16년형을 받았다. 신우준은 사고 당일 성형외과에서 지루성 피부염을 치료하면서 케타민을 투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수사 결과 치료와 무관한 향정신성 의약품이 과다 투여됐고 신우준이 평소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마약류 성분이 포함된 약물을 쇼핑한 정황을 확인했다.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개정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은 마약·약물 운전자에 대한 보험료 할증 기준을 적용한다. 8월16일 책임개시 계약 건부터 적용을 받는다. 롤스로이스 사건 이후 약 2년 만의 일이다.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는 속도가 늦다는 비판이 있지만 지금에라도 이 같은 규정이 명문화된 것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요 내용은 마약·약물을 복용한 상태에서 운전한 경우 음주운전 등 다른 중대 교통법규 위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험료가 20% 할증된다는 것이다. 또 마약·약물·무면허·뺑소니 차량에 동승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이 최대 40% 감액된다. 동승자에게도 책임을 묻는 구조로 제도가 강화되는 것이다. 현재는 이 같은 사고가 나면 동승자에 대해 보상 금액 감액이 적용되는 경우에도 그 비율이 최대 20%로 제한돼 있다.
해당 개정안은 최근 또 한 번 관심을 모았다. 지난달 개그맨 이경규 씨는 서울 강남구의 한 주차장에서 차종이 같은 다른 사람의 차량을 잘못 몰고 나왔다가 차량 절도 의심 신고를 받았다. 이씨는 음주 측정 결과 음성이 나왔으나 간이 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입건됐다. 약물의 영향으로 자신의 차량을 제대로 식별하지 못할 정도로 인지력이 저하된 상태였던 것이다. 이씨는 “10년째 공황장애 약을 먹고 있다”며 고의가 아님을 소명했으나 이달 2일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이를 두고 이씨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물을 복용했을 뿐, 고의성이 없었는데 검찰 송치가 된 것은 억울한 상황이다”는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이씨의 사례는 다른 인명 피해를 내지 않았으나 우리 사회에 큰 경각심을 주었다.
고의 여부를 떠나 약물 운전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상기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마약·약물 운전자에 음주운전과 동일한 보험료 할증을 적용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다만 혹여라도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운전자들은 이를 정확히 숙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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