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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발라동의 대표작 ‘파란 방’은 줄무늬 바지에 담배를 문 여성이 파란 침구가 깔린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이 그림을 처음 대하는 우리는 생경함을 느낀다. 이는 그녀의 자세가 서양 미술사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된 여성 누드의 포즈를 떠올리게 하지만 관능적이거나 순종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녀는 요즘 말로 ‘센 언니’의 포스를 풍긴다. 넉넉한 살집과 헐렁한 옷차림, 삶의 풍파가 새겨진 듯한 그녀의 모습에서 초라함이 아닌 당당함이 느껴진다. 누구 앞에서도 고개 숙일 것 같지 않은 그녀는 캔버스 위에 이상화하지 않아도 아름답게 꾸미지 않아도 인간 자체가 가진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트 스토리텔러 이수정의 ‘그림이 말을 걸 때’는 30명의 화가 50여 점의 작품을 시대상, 개인사를 곁들여 해설한다.
고야, 고흐, 쿠르베와 만테냐의 그림에서는 시대를 읽어내고 홀바인, 루벤스, 라파엘로, 미켈란젤로에서는 권력과 신앙 사이의 긴장을 다루며 프리다 칼로, 샤갈, 수잔 발라동에서는 상실의 삶을 들여다본다.
작가는 그림을 설명하기보다 그림 속 서사를 따라가며 화가의 삶과 시대를 비추는 데 집중한다. 이를 통해 액자 하나에도 시대의 취향과 권력자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사실, 동일한 신화라도 시대에 따라 얼마든 다르게 해석되고 재구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또 예술성과 상업적 전략 사이에서 끊임없는 논쟁을 낳았던 미술계의 사건을 통해 ‘현대미술은 사기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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