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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순환출자 구조를 끊지 못한 현대차그룹은 아직까지 승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현대모비스가 실질적인 지주사인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승계 자금을 마련해야 하고 순환출자 구조(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도 해소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던 12일 국회 본회의를 미뤘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상법 개정을 공약한 만큼 법안 처리는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민주당은 지난해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확대와 상장사 전자주주총회 의무화를 주장했다. 새로운 개정안은 독립이사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을 추가했다.
현대차그룹 승계 작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에서 물류를 전담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현대글로비스는 대기업 계열사 중에서도 내부 거래율이 높은 기업으로 꼽히며 2024년 내부거래율은 75%에 달했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살펴보면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 19.9%를 보유 중이며 현대자동차와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각각 4.88%와 4.46%를 보유 중이다. 각각 11%와 10%를 보유한 덴 노르스케 아메리카린제와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의 경우 공동보유자로 특별관계인에 해당한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지배구조 개편안을 통해 실질적인 지주사로 취급되는 현대모비스의 모듈과 AS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한 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지배력 강화를 노렸으나 합병 비율이 현대글로비스에 유리하다는 주주들의 반대로 실패했다.
이후 현대차그룹의 승계 작업은 중지됐고 정의선 회장이 지분 21.9%를 보유한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상장하는 등 다른 승계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순환출자 구조에 속해있지 않으며 마찬가지로 정의선 회장 지분율이 높은 현대글로비스 역시 매력적인 카드다.
이미 현대글로비스를 이용한 승계 구도 확립이 한번 저지된 상황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대글로비스의 기업 가치를 키워 정의선 회장의 지분 가치를 높이는 ‘정공법’을 사용해야 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주주 예측 가능성 제고와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더해 배당 확대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는 등 기업 가치 증대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2025년 5월에는 한국거래소로부터 밸류 업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10일 정오를 기준으로 현대모비스 시가총액이 25조 9000억 원에 달하는 데에 비해 현대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은 9조 2200억 원 수준이다. 이전처럼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승계 작업을 마무리하려고 한다면 현대글로비스의 추가적인 성과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최대 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도 추가하며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보다 더욱 강도가 세졌다. 상법 개정안은 한국 기업 주가가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결책으로 꼽힌다. 기존 기업의 이사 결정이 대주주만을 위해 움직인다는 지적이 많았고 소액주주 권리 보호에 대한 여론도 높아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지지도 확보했다.
상속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은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 중 하나다. 오너 일가가 지배력을 확보하거나 승계 구도를 확립하기 위해 기업을 합병하거나 분할하는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고 아직도 오너 일가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불신이 깊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다수 개인투자자들의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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