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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단정이 5월 신록의 달을 맞아 조수정 작가 초대전 ‘그래 그래 봄이야’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2년 여름 성황리에 진행된 ‘다정하게 그윽하게’ 전에 이은 두 번째 초대전이다. 2년 만에 열리는 전시에서 작가는 신작 30점을 선보인다.
조수정 작가는 작품 활동 초기부터 그림이 현대인의 정서를 순화시켜줄 뿐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믿었다. 이를 전달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소재는 우리 삶의 토대인 자연과 삶의 공간인 집이다.
농경사회의 공동체 문화가 뿌리 깊이 자리 잡은 우리 민족에게 ‘집’은 삶의 공간을 너머 정신과 마음의 근원 역할을 해 왔다.
박수근(1914~1965), 이중섭(1916~1956), 천경자(1924~2015), 김병종(1950~) 등의 작가가 ‘집’을 고향·어머니·가족 그리고 소소한 행복의 이미지로 선택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대학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인생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낸 조수정 작가에게 집은 특별한 가치로 확장되었다. 언젠가는 돌아갈 고향이자 마음의 안식처이며 고독과 상처를 치유해 주는 가족 같은 존재가 바로 집이었다.
귀국 후 작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곳을 향하게 된다. 유년의 추억이 깃든 한옥 공간을 매개로 때 묻지 않은 시간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거칠지만 전통적인 질감을 지닌 황마와 흙의 기운이 느껴지는 백토를 주요 재료로 선택한 이유도 우리 정서와 가까운, 자연 친화적인 특성 때문이었다.
조수정 작가가 붓으로 지은 집은 따뜻하고 아늑하다. 새·꽃·나무·조랑말·구름은 친숙함의 정서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품을 마주한 관람객은 차가운 도시 숲에서 ‘나만의 은신처'를 찾아낸 듯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이번 전시에는 처음 선보이는 낙엽색 작품들이 눈에 띈다. ‘달밤도 따뜻해’ ‘봄에 오는 사랑의 비’ ‘봄은 밤에도 빛나’는 새 생명을 키워내는 대지의 품과 향이 느껴진다. 그동안 콜렉터의 찬사를 받았던 분홍·노랑·파랑 등 화사한 색상은 한층 깊고 단아해졌다.
다음은 작가 노트다.
푸른색 밤하늘과 별들과 달과 어둠 속에서도
어스름하게 흰빛으로 빛나는 집들을 짓고 싶었다.
왜 그런지 밤은 늘 청자색으로 느껴졌다.
전시를 준비하는 겨우내
창밖의 무채색 풍경과 신산스러운 뉴스들로
내 추위는 깊어졌다.
다정하고 따스하며 환하고도 사랑스러운 그런 곳이 필요했다.
나는 햇빛 같은 노란색,
부드러운 흰색,
품 넓고 따스한 낙엽 갈색들로
꽃도 심고 집도 지었다.
그곳엔 꽃도 피고 나무도 자라고
달도 별도 있고 가끔은 비도 오고
보이지 않는 바람도 지나간다.
마침내, 기다리던 봄이 온 것이다.
그래 그래 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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