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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글로벌시장에서 K푸드 열풍이 확산되면서 그 열기가 국내 외식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K푸드의 진원지이자 뿌리라 할 수 있는 한국의 맛집 백년가게를 발굴해 알리는 ‘백년가게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강원도 정선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가. 스키장·아리랑 등 여러 가지가 상기될 것이다. 정선은 산이 많아 계곡이 많고 공기가 깨끗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수도권에서 3시간 정도의 거리로 아주 가깝지는 않지만 자연을 만끽하기 좋기 때문에 관광객이 많다.
요즘 시기에는 단풍을 구경하러 강원도로 가는 경우가 많다. 단풍을 구경하고 맑은 공기를 마신 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그 여정이 더욱 기억에 남을 것이다. 기자도 정선으로 길을 떠나 자연을 만끽하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 백년가게를 수소문했다. 이번에 방문한 백년가게는 정선의 ‘동광식당’이다.
하숙집에서 식당으로… 뛰어난 솜씨 가진 홍성길 대표 할머니가 시작
동광식당은 지역 특산물인 황기를 넣은 족발과 메밀로 만든 국수인 콧등치기를 맛볼 수 있는 백년가게다. 현재 홍성길·이현주 부부가 운영하고 있으며 원래 식당이 아닌 하숙집에서 출발했다. 이현주 대표에 의하면 하숙집을 운영하던 홍성길 대표의 할머니(故 전옥남)가 음식 솜씨가 매우 뛰어났다고 한다.
“할머니가 정말 음식 솜씨가 뛰어나셨다고 해요. 1960년대 당시 정선에는 탄광촌이 많았는데 젊은 인부들이 모여들다 보니 하숙집이 많았어요. 할아버지(홍성길 대표의 아버지·故 홍금식)도 약초 농사를 지으셨는데 그때 하숙객들에게 황기를 넣은 닭백숙을 많이 해 주셨다고 해요. 그런데 폐광되는 곳이 늘어나면서 일자리와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자 1980년 어머님(송계월)께서 하숙집을 족발 파는 식당으로 전환하셨어요.”
“그런데 특이한 점은 닭백숙처럼 족발을 삶을 때 황기를 넣고 먹기 좋게 찢어서 주셨어요. 당시 콧등치기를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곳은 저희 가게가 유일하기도 했고요. 그 때문에 지역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몰려오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몇몇 방송사를 통해 저희 가게의 음식들이 소개되면서 전국에서 손님들이 찾아와 더욱 유명해졌고 한창 바쁠때는 쉴 틈이 없을 정도였죠.”
정선에서 맛볼 수 있는 콧등치기의 유래는 무엇일까. 이 대표에 의하면 콧등치기라는 음식 이름은 빨리 열차를 타야 한다는 시간 제약과 관련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콧등치기는 면을 메밀로 만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밀가루로 만든 면에 비해 쫀득쫀득해서 국수를 먹으면 가끔씩 면 끝이 콧등을 쳐요. 인근에 정선역이 있는데 열차 시간에 맞춰 빨리 먹고 가려면 급하게 먹을 수밖에 없어요. 메밀면을 급하게 먹으면 계속해서 콧등을 치게 되는데 거기서 콧등치기라는 이름이 유래됐어요.”
황기족발과 콧등치기에 대한 이 대표의 설명을 듣다 보니 두 메뉴의 맛이 궁금했다. 음식을 주문하자 밑반찬과 함께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먼저 황기족발을 맛보기로 했다. 평범한 족발과는 달리 이 대표의 말처럼 찢어서 나와 가지무침을 연상케 했다. 족발을 한 점 입에 넣어서 맛보니 황기의 맛이 강하지 않고 은은해 적절하게 조화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족발은 잇몸이나 이가 약하면 먹기 힘든 경우가 있지만 적어도 동광식당의 족발은 누구나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어 콧등치기를 맛보았는데 메밀면은 쫀득하고 된장으로 끓인 육수는 담백했다.
좋은 식재료와 잘 관리된 보관 방법에서 나오는 동광식당의 맛
동광식당 맛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 대표는 좋은 재료의 확보와 철저한 보관을 꼽았다.
“족발이 맛있으려면 우선 재료가 좋아야 해요. 요리를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재료의 질이 좋지 않으면 결과물도 마찬가지죠. 족발의 경우 저희가 춘천에서 믿을만한 업체와 거래하고 있어요. 정선에서 춘천까지 거리가 상당하지만 질 좋은 족발을 확보하기 위해서 거리가 먼 것은 감수하고 있어요.”
“족발에서는 흔히 냄새가 많이 나는데 저희는 최대한 그런 것들을 없애려고 노력해요. 황기를 넣고 일정 시간 동안 삶으면 냄새가 많이 사라지죠. 족발에서 냄새가 잘 안 나는 것이 저희 식당의 특징이기도 해요. 황기 같은 경우 대량으로 구매해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좋은 질을 유지할 수 있죠.”
이 대표는 동광식당은 꼭 국산 재료만을 고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재료 값이 올랐지만 그래도 국산을 써야 안심이 된다는 것이다.
“사실 식재료 값이 많이 올라서 고민을 한 적이 있었어요. 김치 같은 경우 그냥 싸게 대량으로 구매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건 아니다 싶어 아직까지도 직접 담그고 있어요. 나머지 식재료도 전부 국산을 쓰는데 그중에서도 지역 농산물을 최대한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면 지역 주민과의 상생에도 도움이 되고 더 좋은 품질의 재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동광식당 맛 널리 알리기 위한 밀키트 사업 고려
이 대표는 동광식당의 황기족발과 콧등치기의 맛을 널리 알리기 위해 밀키트 사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에서 저희 가게의 음식을 맛보기 위해 오시는데 사실 수도권이나 경상도 등지에서 정선까지 오려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집에서도 맛볼 수 있게 밀키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한 업체랑 계약까지 했다가 사정상 파기돼서 아직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래도 전국에 황기족발과 콧등치기의 맛을 알리겠다는 욕심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젠가는 밀키트로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세월 지역 지켜 온 동광식당, 자식들이 대 잇길 바래
이 대표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두 가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가장 고민하는 것은 이 가게가 대를 이어서 계속 유지돼야 하는데 어떻게 물려줄지에 대한 고민이에요. 제가 딸이 두 명 있는데 둘째 딸이 바쁠 때 도와주고 있어요. 그래서 둘째에게 물려받을 의사가 있냐고 넌지시 물어봤는데 힘들어서 안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어떻게든 물려받게 해서 이 식당이 대를 잇게 하고 싶어요. 하숙집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몇 십 년간 이어 온 식당이니까요.”
“그리고 또 한 가지 고민은 사람이 없는 군 지역이다 보니 종업원 구하기가 굉장히 힘들다는 거예요. 지금 저희 식당은 가족과 종업원을 포함해 총 7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평일에는 한가하지만 주말에는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쁘거든요. 그래서 종업원을 더 구하고 싶은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앞으로의 바람은…
이 대표의 앞으로 바람은 무엇일까. 그는 식당이 무탈하게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별한 바람은 없어요. 저희 가게가 몇 십 년간 이어 온 가게인 만큼 별 탈 없이 운영됐으면 좋겠고 손님들이 저희 가게에서 맛있게 드시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저희 가게를 꾸준하게 찾아 주신 지역 주민들께 고마움을 느끼고 있고 타 지역에서 오신 손님들에게서 잘 먹고 간다는 그 한 마디를 들을 때마다 보람차고 감동을 느끼죠. 앞으로도 큰 사고없이 가게가 운영됐으면 좋겠고 저도 건강이 허락될 때 까지 식당을 열심히 운영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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