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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나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파·좌파 개념의 문제점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우익·좌익’이라는 정통 프레임보다는 ‘우파·좌파’의 프레임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우파·좌파라는 것은 정확한 용어가 아니다.
양동안 교수에 따르면 우파·좌파란 특정 정당이나 단체 내부에 존재하는 파벌을 구분할 때 사용하는 용어다. 우익정당이나 우익단체 내에도 우파·좌파로 나뉜 계파가 있을 수 있고, 좌익정당이나 좌익단체 내에도 우파와 좌파로 나뉜 계파가 존재할 수 있다.
민노당 내의 좌·우 갈등
과거 민주노동당(민노당) 내에서도 좌파와 우파 간 갈등이 심했다. 민노당의 NL파(주사파)는 대응이 유연하여 우파, PD파(민중민주파)는 노선이 강경하여 좌파라고 불리는 식이다. NL파, 즉 주사파는 유연한 전략 전술을 구사하는 반면 PD파는 프롤레타리아혁명을 고수하는 교조적인 노선을 추구했다.
이처럼 PD파는 공산주의 혁명이론에 집착한 데 반해 NL파는 다양한 정치세력과 연대·연합 등 통일전선 전술을 구사하는 유연한 전략을 택해, 결국 PD파는 차츰 소멸하고 NL파가 대한민국 정치판을 완전히 장악한 것이다.
우익·좌익은 진영, 우파·좌파는 정파
정치세력을 구분할 때는 ‘익-당-파’로 분류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우익·좌익은 진영을 구분할 때 사용하고, 진영 내에서 존재하는 것은 정당·단체 등이며, 당과 단체 내에서 파벌·정파를 구분할 때 좌파·우파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단체 내의 정파를 구분하는 용어인 ‘우파·좌파’라는 용어를 진영을 구분할 때 사용하는 것은 심각한 인식의 혼란을 일으킨다. 무게를 측정하는 단위로는 킬로그램(kg)·그램(g)·밀리그램(mg) 등이 있다. 그런데 밀리그램 단위로 잰 수치를 킬로그램 단위로 사용하면 큰 혼란이 야기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특정 단체 내의 정파를 구분하는 용어를 진영을 구분하는 데 사용하면 큰 인식의 혼란이 빚어진다. 어떤 사람을 보고 “저 사람은 좌파야”라고 했을 때 좌익진영 사람이라는 뜻인지, 특정 정당 소속 좌파 파벌이라는 뜻인지 혼동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우익진영에 속한 우익정당 내의 좌파 성향 인물을 좌익진영 인물로 잘못 인식하면 당사자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좌익·우익이라는 불리던 명칭이 점차 좌파·우파로 바뀌게 된 이유는 뭘까. 추측건대 사상에 대한 이해 부족과 함께 상대방을 좌익이라고 비판했다가는 “내가 왜 좌익이냐”며 명예훼손죄로 고발당하는 일도 있을 수 있으니 그런 것을 피하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싶다. 상대의 사상 성향이 불명확할 경우 그냥 좌경세력이라고 부르든지 좌익·좌경세력으로 합칭하는 방법도 있다.
대세(대한민국세력)·반대세(反대한민국세력)
보수·진보라는 프레임을 대체할 명칭으로 우익·좌익이라는 명칭의 약점을 보완하고 일반 국민의 이해도를 높일 방법은 뭘까. 필자는 ‘대세(大勢)·반대세(反大勢)’의 프레임을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사상전이나 체제 전쟁에서 유용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대세(大勢)란 대한민국 세력의 약칭이며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세력을 의미한다. 반면에 반대세(反大勢)란 반(反)대한민국 세력의 약칭이며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을 뜻한다.
대세·반대세라는 프레임의 구조
필자는 대세(대한민국세력)는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세력이고, 반대세(반대한민국세력)는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이라고 개념화했다. 이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세와 반대세는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체제와 대한민국의 수립과 발전의 역사를 긍정하느냐 부정하느냐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대세(大勢)란 대한민국의 가치와 역사를 기본적으로 긍정하는 세력을 의미하고, 반대세(反大勢)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으로 개념화한 것이다. 대세는 대체로 자유민주주의 세력과 유사한 범위를 갖고, 반대세는 사회주의 세력과 유사한 범위를 갖는다고 할 수 있으나, 좌경세력과 사회민주주의(사민주의) 세력에 의해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다.
대세와 반대세의 구조도는 다음과 같이 그릴 수 있다. 대세는 매우 범위가 넓고 반대세는 범위가 매우 좁다. 이것은 기존의 보수·중도·진보 프레임의 구분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이 도해를 보면 기존의 보수·중도·진보의 프레임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갖고 있는지, 어째서 그것을 왜 파기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대세(대한민국세력)의 개념
대한민국세력은 자유민주주의 세력과 유사한 범주를 구성하는데, 우익세력이 그 중심을 이루고 우경 세력(우측으로 기울어진 세력)이 지지 그룹을 형성한다. 게다가 상당수 좌경세력(좌측으로 기울어진 세력)을 포함하며, 좌익세력 중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지 않는 사민주의 그룹까지도 포함된다.
사민주의는 사회주의 노선에서 전향한 세력이며, 좌익이기는 해도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하지 않고 공존을 도모하는 그룹이다.
좌익세력 중 사민주의 세력은 반대세 아니다
좌익세력의 다수는 반대한민국세력에 포함되지만, 좌익세력 중 사민주의 세력은 대한민국세력에 포함된다. 왜냐하면 사민주의 세력은 전향한 사회주의 세력으로서 자유민주주의체제 내에서 노동자의 주도권·복지 등을 지향하는 세력이기 때문이다.
기독교문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영국의 노동당·독일의 사민당·스웨덴 등 유럽식 사회주의라고 하는 것은 대부분 사민주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대환 전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정책위) 의장 등이 이 노선을 내세우고, 더불어민주당·정의당에도 이 노선을 지향하는 그룹이 존재한다. 심지어 국민의힘 내에도 존재한다. 이러한 그룹은 좌익이지만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대한민국세력에 속한다.
우리 헌법의 ‘민주’는 ‘사회민주주의’도 포함
우리나라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의 ‘민주’는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의미한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를 긍정하는 ‘사회민주주의’ 등도 포함하는 것이다. 사유재산제·시장경제 질서 등에서 비롯되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줄이고 보완하기 위해 사회주의 요소를 강조하는 정당이나 시민단체의 활동도 허용된다는 뜻이다.
일부 우익·우경 세력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 성격만을 강조하여 평등·복지·소외계층 보호 등 사회주의적 요소를 주장하기만 하면 반(反)헌법 세력·반체제 세력으로 오인해서 공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사상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행동이나 태도가 전향한 사회주의 세력을 반체제 세력으로 배척하는 결과를 낳아 체제 불안도를 높이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반대세(반대한민국세력)의 개념
반대세(反대한민국세력)는 사회주의 세력과 유사한 범주를 갖는데, 좌익세력이 그 중심을 이루며 일부 좌경세력도 여기에 포함된다. 하지만 좌익세력이라고 모두 반대세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좌익세력 중 사민주의 세력은 전향한 좌익세력으로,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지 않기 때문에 반대세에 속하지 않고 대세에 속한다.
반대세에 속하는 좌익세력에는 혁명적 사회주의 세력과 민주적 사회주의 세력이 포함된다. 혁명적 사회주의 세력이란 혁명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무너뜨리고 사회주의 체제로 변혁하려는 세력을 말하는데, 이를 공산주의 세력이라고 한다.
민주적 사회주의 세력이란 선거·의회 의결 등 합법적 방법·의회적 방법으로 헌법 개정이나 법령 개정 등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허물고 사회주의 체제로 변혁하려는 세력을 말한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교수
△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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