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의 중국고전] 정치브로커와 정국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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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자 발본색원해 천하통일 이뤘던 진시황
오물 발본색원해야 다음 대선도 기약 가능

오주한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0-14 06:30:30

정국거(鄭國渠)는 전국시대 진(秦)나라의 관개용 인공운하다. 진나라의 천하통일에 지대한 역할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당초 목적은 진나라를 이롭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한(韓)나라는 전국칠웅(戰國七雄) 중 최약체로서 부강한 진나라를 늘 경계했다. 고민 끝에 한나라는 고급 간자(間者)를 보내 진나라가 대규모 토목공사에 착수토록 함으로써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다는 계책을 세웠다.

간자로 발탁된 인물은 당대 최고 공학자인 정국이었다. 당시 진나라는 ‘태산불사토양 하해불택세류(泰山不辭土壤河海不擇細流·태산은 한 줌 흙도 마다하지 않기에 큰 산이 될 수 있고 하해는 한 줄기 물도 마다하지 않기에 큰 바다를 이룬다)’를 기치로 외국인을 적극 등용하고 있었다. 자연히 진시황(秦始皇)은 천하제일 공학자였던 정국을 중용했다.

정국은 즉각 작업에 돌입했다. 한나라는 일단 정국거 건설에 들어가면 진나라의 국고는 급속도로 소진되고 중노동에 내몰린 백성은 피폐해질 것이라 자신했다. 또 진나라의 주식이 좁쌀이라고 여겼기에 정국거가 큰 효험은 없을 것이라 계산했다. 좁쌀은 밀 등에 비해 농수가 상대적으로 덜 필요하다.

정국거가 차츰 완공되어 가던 어느 날 정국은 중간 점검을 위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저자로 나갔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사람들을 본 정국은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그런데 웬걸, 진나라 백성들이 쓰러진 건 너무 배가 불러서였다. 한나라의 짐작과 달리 진나라의 주식은 농수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필요한 밀이었다. 진나라를 쇠퇴의 길로 내몰려 계획된 정국거는 도리어 진나라의 밀싹만 우람하게 키워 주고 진나라 백성이 행복한 비명만 지르게 한 셈이었다.

영민한 진시황은 정국이 간자임을 애초에 간파했으나 정국거만큼은 필요하다 여겼기에 묵인하던 상태였다. 배불러 나뒹구는 진나라 백성들 앞에서 멍하니 두 눈을 부비던 정국은 진시황의 불호령에 정체가 탄로 났다. 정국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정국거를 완성해 진나라의 천하통일에 본의 아니게 크게 기여했다.

국민의힘 측에 서서 20대 대선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명태균 씨가 정치권 최대 뇌관으로 떠올랐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명씨는 대통령 탄핵 시사 등 급속도로 태세를 전환했다. 야권도 ‘명태균 게이트’라 주장하며 대통령 탄핵을 부르짖고 있다.

정치권에는 수많은 브로커가 존재한다. ‘태산불사토양 하해불택세류’ 하더라도 정국의 사례처럼 오염된 흙·물을 받아들이고 방치하면 큰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 스며든 오염수를 진시황처럼 발본색원해야 다음 대선도 기약할 수 있다.

오주한 정치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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