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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미국 서부지역이 번성하고 발전하게 된 데에는 19세기 골드러시가 절대적인 몫을 했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미국 동부에서 수천km에 달하는 황무지 서부에 도달하기 위해 배를 타고 파나마를 거쳐서 가거나 또는 마차를 타고 육상으로 이동해야 했다. 1848~1858년까지 10년 동안 약 5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금을 캤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여행 도중 병사한 경우도 많았지만 골드러시의 절정기인 1849년 한 해 동안 무려 8만여 명이 캘리포니아로 유입됐다. 농민·노동자·거지와 목사 등 직업에 귀천없이 금을 캐려고 몰려들었다. 유입 인구가 유독 많던 1849년을 기념해 미식축구에 샌프란시스코를 연고지로 하는 포티 나이너스라는 인기구단이 생겨난 배경이다.
골드러시는 서부 개척시대를 열었고, 네바다·콜로라도 주의 인구 유입에도 큰 영향을 줬다. 1860년대에 1만4000명이던 인구가 38만 명으로 늘어났고 도로와 철도가 깔렸다. 도시다운 면모를 갖춘 셈이다.
최초 금광꾼들은 동부 출신 미국인이었지만 심지어 중국·호주·유럽에서까지 몰려왔다.
약 180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최근 ‘현대판 골드러시’가 일어났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안전자산인 금을 사들이느라 혈안이 되고 있다.
이 바람에 금값은 온스(28.349g)당 2400달러(약 331만 원)를 돌파한 뒤에도 여전히 고공 행진 중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1분기에 금 보유량을 290t이나 늘리며 사상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골드러시를 주도한 나라는 중국·러시아·튀르키예 등이다. 이로 인해 순금 1돈(3.75g)의 소매가가 44만 원을 넘어섰다.
금에 대한 수요는 저금리 시기에 늘어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급격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고금리 속에서도 금 수요가 늘어난 것은 각국의 골드러시 때문이다. 특히 금을 유별나게 선호하는 중국의 경우 지난해 전 세계 거래량의 22%인 225t을 사들였다.
각국이 앞다퉈 금 보유량을 늘리는데도 한국은행은 2013년 20t 매입 이후 11년째 금을 사들이지 않았다. 이자나 배당이 없는 무수익 자산인 금 투자에 행여나 상투를 잡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은만 포트폴리오에서 금의 비중이 크게 낮은 것은 자산 배분의 실패다. 이를 만회할 방법을 강구해야 마땅할 것이다.
박병헌 디지털뉴스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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