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공공기관 책임계약’ 도민평가 고작 인기투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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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기관 대표 정책 두고 ‘하나마나한’ 질문에 변별력 없어
사돈에 팔촌 끌어들여 너도 나도 ‘인기투표 식’ 예능화
기관들 책임경영 강화 김동연 지사 당초 취지 비웃는 꼴

강재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07 16:52:01

▲ 경기도 산하 주요 공공기관들에 대한 책임경영 평가가 자칫 인기투표식으로 흐른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도청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호준의원실 제공

경기도 주요 공공기관들의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목표아래 추진한 이른바 ‘공공기관 책임계약제’에 대한 평가가 기관 인기투표식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의 성과를 도민들이 직접 평가해 ‘당근과 채찍’을 가하고 더 나아가 해당 기관장들에 대한 평가를 통해 책임경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의도였으나 평가 방식이 온라인 주민투표방식에 그치다 보니 흔한 인기투표로 전락해 당초 취지를 비웃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평가대상 기관들은 저마다 성과 홍보에 열을 올릴 뿐 밀도있는 분석과 정책 심사를 거르지 못해 당초 취지를 벗어난 방향으로 흐를 소지가 다분하다.

자칫 책임계약제에 대한 희화화로 기관들의 조직 내부 기강이 흐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7일 경기도 및 산하공공기관 등에 따르면 도는 지난달16일부터 이달 6일까지 경기도 공공기관 책임계약 사업 온라인투표를 진행했다.

도는 이를 위해 경기도와 공공기관들이 체결한 책임계약의 지난해 성과를 도민들과 함께 평가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경기도 공공기관 책임계약 평가 온라인 투표 특별페이지 ‘책임계약.kr’을 만들어 지난해 경기도 공공기관 책임계약 도민평가를 진행했다고 밝히고 있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해 경기주택도시공사(GH)·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기신용보증재단·경기문화재단 등 4개 소위 ‘빅4’ 기관 수장들과 책임계약을 맺었다.

이 자리서 김 지사는 “이번 책임계약 체결은 도민들과의 약속이다”라는 표현도 했다. 평가 결과에 따라서는 재임용 내지는 임기보장이 걸릴 수 있다는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정작 평가 방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 부족으로 자칫 예능화할 소지가 다분해졌다는 분석이다.

6일 종료된 온라인투표 결과는 △경기주택도시공사 3만9327표 △경기신용보증재단 3만8647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3만157표 △경기문화재단 2860표로 각 기관의 ‘청년 등 무주택자 공공주택 공급’ ‘1조 원 규모 G펀드 조성’ ‘세계적 수준의 광교 중심광장 조성’ ‘회생, 파산기업도 재도전금융지원’ 등이 도민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들 정책은 사실 해당 기관의 대표적인 정책이자 기관장들이 공을 들이는 정책이다. 때문에 여타 다른 정책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것으로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사실상 ‘하나마나한’ 질문에 가깝다.

유호준 경기도의회 의원(남양주 다산 양정동·더불어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책임계약 도민평가가 사실상 기관별 인기투표로 전락해버렸다”며 “공공기관의 직원이나 이해관계자들이 총동원되어 벌이는 동원·인기 투표로 공공기관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사돈의 팔촌까지 동원하는 인맥 총동원 투표로 전락했다”며 “경영평가 점수와 특별증원이 걸린 공공기관 책임계약 평가에 들어가는 온라인투표에 해당 기관 직원은 매일 출석 도장 찍기 경쟁에 동원되었을뿐 아니라 기관별 이벤트 경품까지 걸며 과열 경쟁만 낳았다”면서 실제 사업 내용에 대한 평가가 아닌 인맥 경쟁 동원식의 인기투표로 변질되었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경기신용보증재단은 투표에 참여한 후 당첨 시 상품권 등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고,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100명에게 선물을 준다는 배너를 홈페이지에 내거는 등 이에 따른 기관별 독려 이벤트가 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 의원은 해당 평가 시스템 문제도 지적하며 “‘1일 1회 중복참여 가능’하다고 공지했으나 본인 인증 후 여러번 클릭하면 다중카운트 되는 버그가 발견됐다”며 공공기관 책임계약 평가의 중요성에 비해 준비가 부족했음을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결과에 대해 공공기관과 도민이 신뢰하고 승복하겠냐”고 반문했다.

또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도 공공기관 정원 지침의 부당함과 폐지 필요성을 강조했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특별증원을 무기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충성경쟁’만을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기관 직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며 경기도 공공기관 정원 지침의 수정 또는 폐기마저 주장했다.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합도 ‘예능으로 변질한 책임계약 평가, 경기도는 공공기관 희롱을 중단하고 사과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공공기관 책임계약 도민평가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강재규 기자 jk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