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View] AI 저작권법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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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이 문화팀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09 00:02:40

신간 소개를 위해 출판사에서 보내 온 책들을 검토하던 중 특이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일러스트나 번역 작업에 인공지능(AI)이 참여했음을 밝힌 책이 여러 권이라는 것이다.

AI의 능력에 대해선 2022년 미드저니를 활용한 그림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의 출현으로 크게 인지한 바가 있지만 이제는 상용화라고 해도 될 정도로 온갖 데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음반계에서는 김광석·존 레논 같은 고인의 목소리를 살려 내고 있고 유튜브에는 아이유의 목소리를 흉내 낸 AI 커버 곡이 등장했다. 만화계에서는 이현세 작가가 44년간 창작한 만화책 4174권을 AI에게 학습시킨 뒤 혼자서도 만화를 그려 낼 수 있도록 하는 ‘AI 이현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는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배우의 어린 시절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이제 AI는 대세가 됐다. 대세란 게 그렇다. 울타리를 치고 담을 쌓는다고 흐르는 강물을 막을 수 있는가. 결국 그것을 막지 못한다면 그것과 잘 지내는 방법밖에 없다. 우리에게는 AI를 창작 영역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숙제가 남았다. 같은 맥락에서 AI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게 될 사람들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시급한 문제는 AI 저작권법이다. AI 학습을 위해서는 데이터를 수집·가공하여 데이터셋을 구성한 뒤 이를 인공 신경망에 전달하여 학습시키는 일련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학습 데이터에 포함된 저작물에 대한 복제 행위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지난해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발간해 AI 사업자와 이용자가 생성형 AI를 사용할 때 유의할 점과 저작권 관련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AI를 이용하다 보면 저작물의 권리자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거나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내서에 따르면 이 경우 문체부 장관의 승인을 얻은 뒤 문체부 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의한 보상금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지급하고 저작물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저작권법 제50조).

장관 허락을 받고 단체에 보상금을 낸 후 AI 생성물을 사용하라는 것인데 도무지 현실성 있는 지침으로 들리지 않는다. 외국의 경우 AI를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일정한 요건이 충족될 경우 저작물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국가(영국·독일·일본)가 있는가 하면 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국가(미국)도 있다. 이 점을 참고할 만하다.

또한 AI 산출물에 대한 저작권 인정 여부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안내 책자에서는 ‘AI 창작물’이 아닌 ‘AI 산출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AI가 만들어 낸 텍스트·이미지·음원을 창작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저작권도 인정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AI 개발자 스티븐 타일러가 AI 프로그램인 창작기계(Creativity Machine)를 이용해 생성한 ‘파라다이스로의 최근 입구’라는 그림을 업무상저작물로 저작권 등록을 시도했으나 미국 저작권청으로부터 인간의 창작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한 예가 있다.

국내에서도 유명 작가의 시를 텍스트 프롬프트로 삼고 이를 통해 AI가 만들어 낸 영상물을 2차적 저작물이라고 주장하며 저작권 등록을 시도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한국저작권위원회는 현행 저작권법상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저작권법 제2조 제1호)면서 AI가 영상화한 영상물의 등록을 반려한 예가 있다(2022년 10월4일 접수·2022년 11월3일 반려 통지).

아울러 AI 산출물에 대한 표기 지침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AI 관련 생성물에 대해 워터마크를 표기하도록 했고 유럽연합은 AI 모델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