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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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사투리는 제주나 경상·전라 지역에 비하면 알아듣기 어려운 편은 아니다. 하지만 드러난 말과 숨은 뜻의 차이가 커서 어떻게 보면 가장 알아듣기 어려운 지방어일 수 있다.
그래서 충청 지역 사람들에게 어떤 제안을 하거나 의견을 물을 때면 여러 번 확인해야 한다. 여러 번 확인해도 확인이 안 될 때는 어조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
충청도 사투리 ‘됐슈’는 ‘괜찮다’ ‘안 받겠다’는 뜻이지만 반대의 뜻인 ‘안 괜찮다’ ‘달라’는 뜻으로 해석될 때가 더 많다. 가령 충청도 사람에게 감사의 뜻으로 선물을 전달했다고 하자.
‘됐시유~’ 하고 부드럽게 대답하면 정말 괜찮다는 뜻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선물을 안 받겠다는 뜻은 아니므로 여러 번 권해서 받게 해야 한다.
‘됐슈!’ 또박또박 대답하면 뭔가 기분이 나쁘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선물을 안 받겠다는 뜻은 아니므로 선물을 두고 와야 한다. 해석하면 “됐어! 네가 이렇게 나온다고 내 마음이 풀어질 것 같아?” 정도가 될 것이다.
부드러운 것도 아니고 거친 것도 아닌 평범한 ‘됐슈’는 예의상 거절하는 것이다. 선물을 받고 싶다는 뜻이므로 손에 강제로 쥐어 주어야 한다. 이때의 ‘됐슈’는 “고맙게 받을게”로 해석할 수 있다.
‘대전학총론’(2019, 김태명 지음)에서는 대전(충청도 지역) 사람들을 가리켜 “여유 있고 끈질기며 잘 나서지 않고 감정과 자기표현이 적은 지역 사람의 성격이 언어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그들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으며 속을 내보이지 않고 정도 쉽게 주지 않지만 일단 친구가 되면 의리가 있고 오래 가며 친구로서 진국이 나온다”고 했다.
충청도 사람들은 상대를 불편하게 하느니 자기가 속을 끓이고 만다. 그것이 언어에 나타나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직설화법을 좋아한다. 상대가 예의상 거절해도 바로 선물을 거두어 버린다. 상대의 마음을 알고 그러는 것인지 모르고 그러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밀당을 귀찮아하는 것은 분명하다.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탐탁지 않은 행동이겠으나 이면을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 오히려 대인관계의 피로도가 덜하다. 세상은 점점 겉치레를 걷어 내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상대가 호의를 베풀면 덮어놓고 거절할 게 아니라 ‘고마워!’ 하고 웃음으로 대답하는 게 현실을 사는 지혜일 것이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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