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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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 군대 이야기가 다 재밌는 건 아니지만 몇 개는 기억에 남는다. 실화인지는 모르지만 군대에서 처음 자대 배치를 받으면 이런 대화가 오간다고 한다.
“전자공학과 출신 앞으로!”
“네, 이병 홍길동, S대 전자공학과 다녔습니다!”
“좋았어. 빨리 가서 전등 꺼!”
전자공학도가 아니더라도 전등 정도는 누구나 끌 수 있다. 그러나 굳이 전공자에게 이런 일을 시키는 것은, 실없는 장난을 통해 군대가 학벌이 통하지 않는 곳이라는 것을 주지시키기 위함이다.
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학벌이 좋으면 출발선이 다르긴 하다. 그러나 아무리 저만큼 앞서 있다고 해도 달리다 보면 따라잡히는 거 순식간이다. 업무 능력이 떨어지거나 공감 능력이 없거나 눈치가 없거나 줄만 잘못 서도 처음 얻은 그 자리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다. 본인이 잘해도 가족 리스크로 한 번에 날아가는 경우도 있다.
인생을 어느 정도 살다 보면 알게 된다. 행복을 선취하는 데 있어 학벌·직함·재산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심지어 업무 능력도 행복을 100% 약속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에 관해 동양의 현자인 노자나 서양의 현자인 아우렐리우스의 관점은 놀랄 정도로 비슷하다. 두 사람은 하나같이 곧은 길로 가라고 조언한다. 이 말은 마땅히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방법론에 있어 아우렐리우스는 ‘공평하고 정직하며 고상한 사람이 되라’고 했다. 노자는 ‘다정하고 검소하며 겸손하라’고 했다. 동·서양 간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은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서양에선 개인의 행복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자기 성찰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자기를 성찰할 줄 아는 사람이 고상한 사람이고 곧 행복한 사람이다. 고상함은 자족이다.
반면 동양은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을 지향한다. 노자의 도덕경은 ‘덕’과 ‘처세’에 대한 지혜를 담고 있다. 덕이 높으면 타인의 존경이 따라온다.
결론적으로 나도 만족하고 남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공평·정직·다정·검소·겸손하면 된다. 나이 들어 고상하지도 못하고 존경도 받지 못하면서 학벌 자랑만 하고 있으면 그렇게 측은해 보일 수 없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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