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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경쟁 오디션프로그램 부작용
워너원 낳은 프로듀스101 인기뒤엔 ‘어른들 탐욕’
연습생 간절함 이용 관음증적 연출…돈벌이 앞선 상품성 기획 ‘도마’
이슬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2-07 13:43:39
▲ 시청자가 참여하는 아이돌가수 오디션프로그램이 성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출연자가 대부분 10대 연습생임에도 불구하고 화제성만을 쫓아 자극적으로 연출해 시청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은 한 오디션프로그램의 공개방송 현장 ⓒ스카이데일리
 
시청자들이 직접 아이돌그룹을 구성해 데뷔까지 시킬 수 있는 시대가 도래 했다. 시청자가 참여하는 아이돌가수 오디션프로그램을 통해서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제작 과정에서 다소 지나친 연출을 시도하는 경우가 빈번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출연자 대부분이 초·중등생이라는 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는 지적이다.
 
교복 입히고 자극적인 경쟁구도 조성…상품으로 변질된 아이돌가수 꿈나무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오디션프로그램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방송사는 CJ E&M이다. 케이블채널 엠넷(Mnet)을 통해 2009년부터 매 해 최소 한 편이상의 오디션프로그램을 방영 중이다. 2009년부터 2016년까지 8개 시즌으로 방영된 슈퍼스타K의 성공을 바탕으로 2016년과 지난해 ‘프로듀스101’ 시즌1·2를 각각 방영했다.
 
슈퍼스타K가 일반인·재야(在野)뮤지션 중심의 오디션이었다면 프로듀스101은 연예기획사에 소속돼 가수를 준비 중이던 연습생들이 중심이었다. 시즌1은 여성연습생을, 시즌2는 남성연습생 등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이 각각 제작됐다.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은 101명의 후보생을 경연시켜 우승자를 선출하고 상위 11위 내에 든 인원을 중심으로 프로젝트그룹을 꾸려 활동하게 하는 것이다. 시청자의 온라인·문자·현장투표 등을 통해 득점수대로 순위가 매겨진다. 마지막 회에는 생방송을 통해 득표 수 상위 11인이 최종 선발되는 방식이다.
 
이들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그룹이 아이오아이(I.O.I)와 워너원이다. 오디션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를 쌓고 한시적인 프로젝트 그룹결성까지 이루게 된 이들은 데뷔와 동시에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연말연시 가요시상식에서 각종 신인상을 휩쓸 정도였다.
 
프로듀스101이 처음부터 인기를 끈 것은 아니었다. 시즌1의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만 해도 대중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꿈을 가진 101명의 여자연습생에게 교복을 입히고 시청자가 ‘국민 프로듀서’가 돼 데뷔조를 고른다는 콘셉트는 성상품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연출을 일삼는 일명 ‘악마의 편집’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오히려 관심을 부추기는 계기가 됐다. 프로그램은 닐슨코리아 기준 최고시청률 △시즌1 4.4% △시즌2 5.2% 등을 기록하며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높은 관심이 쏠린 만큼 방송 과정에서도 숱한 논란이 불거졌지만 아이돌그룹의 당락이 시청자 손에 쥐어졌다는 매력이 그대로 시청률에 반영됐다.
 
▲ 오디션 프로그램 시청자들은 자신의 손으로 원하는 그룹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투표를 진행하면서도 ‘악마의 편집’, ‘몰래카메라’ 등 어린 연습생들이 극한으로 몰리는 상황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사진은 프로듀스101 시즌2 당시 시청자 문자투표내역 캡쳐화면 ⓒ스카이데일리
 
스스로를 시즌2 열혈시청자라 소개한 한희진(24·여) 씨는 “프로그램이 끝나도 방송에서 계속해서 보고 싶은 연습생으로 구성된 그룹을 내가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투표를 했다”며 “반대로 내가 방송에서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연습생은 내 손으로 떨어뜨릴 수 있으니 권력이 생긴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청자들의 만족감과 더불어 흥미를 추구하기 위해 연습생 출연자들은 방송 내내 극한의 상황에 내몰려야 했다. 이들은 첫 무대를 선보인 후 A부터 F까지의 등급을 판정받아 해당 등급 알파벳이 새겨진 옷을 입고 수준별 수업을 듣게 됐다.
 
A클래스 연습생들은 공연 시 무대 중앙·앞쪽 등에 배치돼 카메라에 자주 잡히는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지는데 반해 F클래스는 무대 아래 바닥에서 공연을 해야 한다. 화면에도 거의 잡히지 않는다. 일선 교육현장에서도 위화감을 조장한다며 1990년대 점차 사라져 간 우열반문화가 10대 청소년들이 출연하고 전 국민이 시청하는 방송에 재등장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프로그램 연출 과정에서 시도한 몰래카메라도 논란을 부추겼다. 시즌1에서 ‘의리테스트’라는 명목으로 진행된 해당 코너는 피디가 카메라를 일부러 떨어뜨리고 연습생들의 반응을 살폈다. 당시 18살이었던 연습생 최유정(현·위키미키 멤버)의 경우 자신이 망가뜨린 줄 알고 당황하곤 눈물을 터뜨렸다. 어린 학생들을 당황하게 해 눈물을 흘리게 하는 모습에 일부 시청자들은 공분을 터트리기도 했다.
 
연습생끼리 화를 내거나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 등을 예고편을 통해 보여줘 다음 회차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본편에서는 아예 내용이 등장하지 않아 시청자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경우가 빈번했다. 시즌1의 시청자이자 전소미의 팬 김정연(25·여·가명) 씨는 “다음 회 예고편에서 전소미가 화내는 장면이 나와서 일주일 간 불안에 떨며 기다렸는데 다음 방송에 그 장면이 아예 나오지도 않았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신정민(26·여) 씨는 친구들과의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 프로듀스101 시즌2를 시청했다. 그는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환멸감을 느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은 타인의 불행·괴로움 등을 클로즈업해 액자처럼 감상하도록 만드는 것 같았다”며 “출연자들은 대부분 자아를 확립하는 시기의 예민한 청소년들인데 이들을 이용해 화제성만을 쫓는 연출이 야만적이라고 느껴졌다”고 비판했다.
 
시즌1을 기획한 피디는 프로그램 종영 후 모 웹진과의 인터뷰에서 “프로듀스101을 여자판으로 먼저 한 것은 남자들에게 건전한 ‘야동’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며 “반대로 남자판은 여자들에게 야동을 만들어주고 그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줄 것이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당시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결국 사태는 해당 피디가 사과하면서 일단락됐다.
 
프로듀스101 시즌 3인 ‘프로듀스 48’은 올해 5월 방영될 예정이다. 시즌3는 일본의 전용 극장에서 상시 공연을 진행해 아이돌을 만나러 갈 수 있다는 콘셉트를 지닌 일본의 ‘에이케이비48쇼’의 시스템과 결합해 지난 시즌과의 차별화를 꾀한 것으로 전해진다.
 
연예기획사·방송국 간 철저한 이해관계 속 시청자·어린학생만 희생양 전락
 
▲ 2009년 방영된 엠넷 ‘슈퍼스타K’는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 격이다. 당초 일반인들 사이에서 보석을 발굴한다는 취지로 시작된 오디션 프로그램은 대형 기획사들의 연습생이 데뷔 전 대중의 눈도장을 찍는 장으로 변모했다. 기회가 적어진 중소기획사 소속 연습생들은 ‘시한부 그룹’이 될 지라도 수십명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에 나와 대중에 어필한다. 사진은 프로듀스101 시즌1 연습생들(위)과 시즌2 연습생들 [사진=뉴시스]
  
주목되는 사실은 오디션프로그램이 각종 논란 속에서도 화제가 된다면 유사한 프로그램이 연이어 생겨난다는 점이다. 데뷔를 미끼로 미성년자를 방송에 출연시키고 흥미유발을 이유로 출연자들을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는 과정이 반복되는 셈이다.
 
케이블채널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청률·영향력 등을 행사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 슈퍼스타K 이후 △2010년 위대한 탄생(MBC) △2011년 케이팝스타(SBS) △2011년 코리아 갓 탤런트(CJ E&M) △2012년 보이스코리아(CJ E&M) 등이 차례로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외국에서 포맷·판권을 구입했으며 대게 인기를 끌어 시즌제로 정착했다.
 
연예기획사들이 아이돌그룹을 기획하면서 자사 소속 연습생들을 경쟁시키는 서바이벌 오디션프로그램도 속속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보이그룹 위너·아이콘 등을 탄생시킨 YG엔터테인먼트의 엠넷 ‘윈(2013)’·‘믹스앤매치(2014)’와 대세 걸그룹 트와이스가 탄생한 JYP엔터테인먼트의 엠넷 ‘식스틴(2015)’ 등이 대표적이다.
 
오디션프로그램이 한 단계 진화한 셈인데 출연자들이 특정 소속사 연습생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미성년자를 가혹한 상황에 놓이게 해 극한의 재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맥을 같이한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경쟁 오디션프로그램이 내세우는 ‘진흙 속 보석을 찾아낸다’는 취지가 애초부터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한다. 방송사는 높은 화제성·시청률·광고 수익 등을 거둘 수 있고 기획사들은 소속 연습생들을 매체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강하게 결탁해있다 보니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셈법에 결국 피해자는 어린 아이들이라는 비판이다.
 
권상집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방송사들은 프로그램의 취지인 공정한 경쟁·심사보다는 자극적인 연출로 특정한 아이돌이 검색어에 오르며 화제를 모으는 것을 중요히 여긴다”며 “방송으로 인한 수익에 초점이 있을 뿐 해당 프로그램의 사회적 영향력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엠넷 오디션프로그램 등은 스토리·갈등 증폭 등의 상황을 만들어 소위 ‘시청자를 낚는 방식’의 패턴을 일삼아왔다”며 “대부분 시즌 3까지 방영되면 대중도 패턴이 똑같다는 것을 알아 인기가 오래 가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이슬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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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92   2018-02-07 16:52 수정          삭제 연습생들의 바람과 목표가 다 다르겠지만 어쨌든 획일화된 시스템 내에서 대중들의 선택'만'을 받기 위해 만들어지는 존재로 전락해저리는 것 같아 아이돌팬이지만 많은 생각이듭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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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말추   2018-02-07 14:40 수정          삭제 아주좋은기사네요어른들 욕심이 아이들이 이용당해선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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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2018-02-07 14:56 수정            삭제 작성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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