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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 내 불법 구조물을 설치하고 최신예 항공모함 푸젠함을 동원해 대규모 해상 훈련을 강행하면서, 서해가 ‘제2의 남중국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국내에서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중국의 이 같은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고, 해양 주권 수호를 위한 실효적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실용 외교’를 내세우고 있는 이재명 정부에 있어 이번 서해 사태는 실용 외교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중국의 이번 행동은 한중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정부 구상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부터 PMZ 해역 내에 ‘선란 1, 2호’로 불리는 철골 구조물을 연어 양식 시설 명목으로 설치해 왔다. 이들 구조물은 높이 70미터에 달하며, 최근 중국은 인근 해역에 헬기 착륙장이 설치된 시추 시설과 13개의 관측 부표도 추가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해양 영향력 확대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이를 '어업 양식 시설'이라고 주장하지만, 한국 해양조사선의 접근을 차단하며 의도를 둘러싼 의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철제 구조물 설치를 넘어,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그랬듯이 서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내해화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2010년대 이후 서해에서 군사·비군사 활동을 강화하며 해양 관측 부이 설치, 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 등 이른바 '회색지대 전술'을 병행해왔으며, 이번 시설 역시 그러한 연장선이라는 우려가 크다.
중국, 서해 PMZ서 불법 구조물 설치·군사 훈련 강행
특히 지난달 22일부터 27일까지 중국은 PMZ 해역 일부를 항행 금지구역으로 일방 설정한 뒤, 최신예 항공모함 푸젠함을 투입해 해상 훈련을 벌였다. 푸젠함은 이번 훈련에서 함재기 이·착함 훈련까지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중국이 서해를 사실상 자국 ‘내해’로 만들려는 전략을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은 PMZ가 공해상에 해당하며 군사 훈련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PMZ는 한국과 중국이 어업 분쟁 방지를 위해 설정한 해역으로, 군사 훈련을 목적으로 대형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은 사실상 해양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더욱이 중국의 이번 조치는 시진핑 주석이 이재명 대통령 당선 축전에서 강조한 ‘선린우호’ 정신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평가다.
외교 안보가에서는 중국의 일련의 움직임을 ‘회색지대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회색지대 전략이란 명백한 무력 충돌 없이 단계적 행동을 통해 전략적 목표를 점진적으로 달성하는 방식이다. 중국은 과거 남중국해에서도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인공섬을 조성하고 군사기지화한 바 있다.
이번 서해 상황도 그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다. 서해는 중국 수도 베이징과 해안 도시의 안보와 직결되는 전략 요충지로, 유사시 미 해군 진입을 견제하는 데 중요한 해역이다. 이 같은 배경에서 중국이 자국의 안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를 품고 서해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외교적 조치 강화 △비례적 현장 대응 △감시·정찰 역량 확대 △필요시 강력한 현장 조치 등 4가지 대응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먼저 외교적 해법으로는 한중 어업공동위원회와 해양 협력 채널을 적극 가동해 중국의 위반 행위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구조물이 군사적 용도로 활용될 경우, 한미일 안보 협의체 등 국제 공조를 통한 압박 카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비례적 대응’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국제법상 PMZ 중간선 해역에서 우리 역시 해양 과학 기지나 대형 관측 부이, 부유식 발전 시설 등을 설치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활용해 중국과 유사한 시설을 설치하는 방법이다. 서해 해역에 대한 감시·정찰 능력을 상시화하고, 해군·해경의 연합 초계 활동을 강화하는 방안도 시급하다. 한미 간 정보 공유 체계도 확대해 중국의 서해 구조물 문제를 미중 전략 경쟁의 이슈로 부각시키는 전략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서해 불법 구조물, 명백한 주권 침해…단호히 대응할 것”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폐선박을 구조물에 고의로 충돌시킨 사례처럼, 필요하다면 보다 강력한 현장 조치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는 한국의 해양 주권 수호 의지를 국제사회에 분명히 각인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 정부는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을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의 해양 주권을 침해하고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에 대해 다층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련해 이 대통령의 단호한 행보가 기대되고 있다. 그는 민주당 당 대표 였던 3월28일 ‘서해 수호의 날’ 다시 중국의 서해 불법 구조물 문제에 대해 “명백한 영토 주권 침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장병들의 피땀으로 지켜낸 서해가 중국의 불법 구조물로 수난을 겪고 있다”며 “모든 영토 침해 행위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해양 감시를 강화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실질적 대응을 주문하며, 정부와 국회 차원의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일각의 친중 논란에 대해서도 “안보와 영토 문제에 있어 그 어떤 외교적 고려도 있을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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