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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란 게 있다. 자신의 가치관이나 기존의 신념 혹은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과 태도를 뜻하는 사회심리학 용어다. 상대편 의견에는 귀를 닫고 자기편 주장만 고집하는 우리 사회의 가장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은 북한에 대한 시각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많은 국민이 믿고 싶은 쪽으로 믿으려 하는 확증편향과 함께 일종의 희망 고문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살펴봐야 할 건 북한의 군사적 위협 수준이다. 격년마다 발행되는 국방백서를 보면 남한과 북한의 재래식 무기는 각각 전차(2200:4300), 다련장/방사포(310:5500), 전투함정(90:420), 잠수함정(10:70), 전투임무기(410:810) 등으로 수치상 북한이 우위에 있다. 물론 북한에 비해 60배 이상인 우리의 막강한 경제력과 세계 상위 10위권의 기술력까지 고려할 때 질적인 면에서 앞선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공개한 ‘2025 군사력 지수’에 따르면 한국이 5위이고 북한은 34위이다.
다만 이 GFP 지수에는 병력 규모, 군사 장비, 재정 안정성, 지리적 위치, 가용 자원 등이 포함되는 반면에 핵무기 같은 비대칭 전력은 빠져 있다. 따라서 종합적 관점에서 군사력을 측정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을진 몰라도 전시 군사력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실제로 GFP는 한국의 군사력 평가에서 “북한에 비해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군사적 지원에 힘을 얻고 있다”는 주석을 달고 있다.
군사전문가들 간에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과 세계 3위 수준의 생화학 무기 등까지 포함할 경우, 전시 군사력이 우리 국군과 주한미군의 전력을 합친 것과 대등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중요한 건 정찰 자산이다. 우리도 레이더·위성·정찰무기체계를 동원한 감시 역량 증진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주한미군의 지원 없이는 한계가 있다. 북한이 핵을 빌미로 코리아 패싱 방식으로 미국과 직접 거래를 통해 실질적 핵보유국임을 인정받는 스몰 딜(small deal·부분 합의)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를 관철하려는 건 이 때문이다.
북한군은 병력이 128만 명으로 우리 군 병력 50만 명과 비교할 때 2.5배나 된다는 점 역시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물론 허수도 많다. 북한군은 평상시 건설 현장 같은 데 동원되기도 하고 물자와 보급이 부족해 자력갱생으로 버티고 있다. 지금도 병사가 굶주림 때문에 군장을 팔아먹다 걸릴 정도라는데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한다면 상황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러시아에 파병되어 ‘총폭탄’ 정신으로 무장된 전투력을 입증했으며, 현대전까지 경험해 만만치 않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다음으로는 북한 체제의 현실에 대한 인식이다. 우리 국민은 북한을 너무 우습게 아는 경향이 있다. 일부 방송이나 유튜브에선 탈북인들을 앞세워 북한 정권이 곧 붕괴할 것처럼 떠든다.그러나 여러 가지 체제 모순에도 불구하고 북한엔 여전히 내부 통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으며 러시아라는 새로운 뒷배까지 생겨 쉽게 망하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핵이라는 안전장치까지 마련되어 있다.
최근 김정은이 “남조선 해방에 관심 없고 통일을 하지 않겠다”는 식의 발언을 하고 있다. 더 이상 같은 민족으로서 통일할 대상이 아니라 무력으로 점령해야 할 적이라는 논리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핵도 중요한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같은 민족에게 핵을 쓴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고 적이기 때문에 핵도 쓸 수 있다는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천덕꾸러기이자 가난뱅이인 북한이 무슨 위협이 되겠느냐느니, 실제로 핵을 써먹을 수도 없는데 뭐가 문제냐는 등의 안이한 인식은 위험하다. 최근 미국 정가 일각에서 주한미군의 지위 변화 또는 일부 감축이 거론되고 있지만 인계철선(引繼鐵線·동맹국의 자동 개입을 보장하기 위한 주둔군)으로서의 주한미군의 역할과 2만8500명의 병력 규모는 반드시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다. 이를 간과한 자주국방이나 전작권 전환 운운은 한낱 이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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