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불신에 월세 쏠림… 빌라 시장의 전세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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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빌라 전세가율 2년 새 12.5%p 뚝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15 11:33:18

전세사기 여파와 경기 침체가 맞물리며 빌라 시장에서 월세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 빌라 전세가율은 2년 새 12.5%p 하락했고 월세 비중은 60%를 넘어섰다. 특히 세입자들의 전세에 대한 불신과 집주인들의 수익 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전세 거래는 줄고 월세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의 전세가율은 평균 65.0%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8%p, 2년 전과 비교하면 12.5%p나 하락한 수치다. 전세가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전세 수요가 줄었고 상대적으로 월세 선호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실제 임대차 시장에서도 월세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60%를 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월세 신규 계약 중 월세 비율은 60.7%를 기록했다. 특히 비(非)아파트 주택에서는 이 비율이 75.6%에 달했다. 지방 빌라나 단독주택의 경우 월세 거래 비중이 80%를 넘는 곳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가 월세 전환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수년 전 빌라 전세 사기로 수천 명의 피해자가 발생하면서 세입자들이 전세 보증금을 맡기기를 꺼리게 된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빌라 전세 거래는 드문 상황이며 순수 전세를 원하는 임차인도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

집주인들도 변화된 시장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금리 인하로 전세보증금을 운용해 수익을 내기 어렵게 되자 안정적인 월세 수입을 선호하는 경우가 늘었다. 특히 전세가율 하락으로 전세금을 높게 책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월세로 전환해 임대 수익을 확보하려는 집주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전세대출 규제도 월세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대출 부담이 커진 세입자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비아파트 시장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서울 빌라 시장이 그 중심에 있다.

한편 빌라 전세가율 하락은 깡통전세 위험을 줄였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깡통전세’로 분류되지만 최근 수치는 그보다 낮아졌다. 그러나 시장의 전세 회복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평가가 많다.

전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월세가 대세가 된 상황에서 빌라 시장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문제는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월세 인상 추세가 계속된다면 주거 안정성을 둘러싼 사회적 관심과 논쟁이 커질 전망이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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