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컴 장군은 부산대 발전 은인” vs “일방적 영웅화”… 학내 찬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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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컴 동상 설치, 학내 갈등에 지연
설치 여부 6월 공론화 통해 결정될 듯

장혜원·이태욱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08 14:45:42

▲부산대 위트컴 장군 동상(충혼비) 설치는 공식 추진과 디자인 선정까지 완료됐으나, 학내 반발로 인해 현재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학교와 보훈부는 설득 및 부지 변경 등 대안을 모색 중이지만, 갈등 해소와 공론화가 선결 과제로 남아 있다. 사진은 신진대협의 동상 옹호 현수막(위)와 민주동문의 반대 현수막(아래). 독자 제공

부산대학교 내 리처드 위트컴 장군 동상(6·25 전쟁 충혼비) 설치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며 설치가 지연되고 있다. 반대 측 교수회와 노조, 일부 동문 단체는 반대 이유로 위트컴 장군의 일방적 영웅화가 학내 이념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찬성 측에서는 “위트컴 장군은 부산 재건과 부산대 발전의 은인”이라며 기념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8일 스카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충혼비(동상) 설치는 학내 반대 여론과 갈등으로 설치가 지연되고 있다. 부산대·국가보훈부는 2023년 9월 위트컴 장군과 6·25 참전 동문을 기리는 ‘6·25 전쟁 충혼비’를 캠퍼스 내 박물관과 물리관 사이 ‘새벽뜰’에 세우기로 공식 합의하고, 디자인 선정까지 마쳤다. 제작비 1억 원은 국가보훈부가 전액 지원하기로 결정됐다.

문제는 지난해 4월 들어 민주화운동 동문회·교수회·일부 노조 등이 ‘공론화 부족’, ‘이념 갈등 유발’, ‘일방적 영웅화’ 등을 이유로 잇따라 반대에 나서면서부터 표면화했다.

교수회· 비정규교수노조·민주동문회는 반대 현수막을 학내에 다수 걸고 ‘학내 이념 갈등 유발하는 계획 철회하라’, ‘호국영웅 명비 건립 예정지, 졸속한 명비 건립 일시 중단하고 학내 의견 수렴하라’는 내용을 담아 논쟁을 촉발시켰다. 최근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는 이에 반발하는 맞불 현수막을 달았다. ‘위트컴 장군님, 6·25 참전 동문님들, 몇몇은 당신들을 부정하지만, 우리는 당신들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담았다.

이념 갈등 및 정치적 상징화 우려 vs 부산 재건과 부산대 발전의 은인

본지 취재에 따르면 충혼비 건립을 옹호하는 측은 위트컴 장군은 부산 재건과 부산대 발전의 은인이라며 기념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위트컴 장군은 6·25전쟁 당시 부산에 부임한 미군 군수사령관으로, 전쟁고아를 돕고 부산의 전후 복구와 재건에 헌신했다. 당시 부산대 윤인구 초대 총장의 요청을 받고, 한국 정부를 설득해 캠퍼스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힘썼고, 공사비 지원까지 끌어냈다.

이처럼 부산대의 오늘을 있게 한 ‘은인’임에도, 그 공적은 오랜 시간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철순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부산대학교 장전동 캠퍼스 이전에는 위트컴 장군의 결정적 공헌이 있었다며 기념사업은 많이 늦은 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부산대학교가 1955년 서대신동에서 지금의 장전동 캠퍼스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당시 미군 제2군수사령관이던 위트컴 장군은 부지 선정과 확보에 크게 기여했다”며 “장전동 일대는 당시 변두리 허허벌판이었지만, 위트컴 장군의 지원과 이승만 정부의 승인으로 대학 이전이 가능 했으며, 위트컴 장군이야 말로 부산대의 ‘은인’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위트컴 장군은 ‘정치적 이념 논쟁의 대상이 될 수도 없다’고 본 이 교수는 “그는 한국전쟁 이후에도 한국에 남아 평생을 헌신했고, 한국인 배우자와 함께 살다 부산 대연동 유엔군 묘지에 안장됐다”며 “해외 유수 대학들도 국가와 학교를 위해 헌신한 인물이나 전쟁에 참전한 동문들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우는 것 일반적인데 부산대 기념사업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했다.

다만 “기념비나 명비를 세우는 장소나 규모 등은 부산대학교 구성원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관련 규정과 절차를 준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대 재학생은 “‘학내 이념 갈등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건립을 반대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참전용사 덕분”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한 부산대 졸업생은 “학내에 동상 설립을 찬성하는 침묵하는 다수가 상당수”라며 부산대학생 인증을 통해서만 가입이 가능한 에타(에브리타임) 온라인 커뮤니티 내에 올라온 부산대 학생 의견을 제보했다.

이들은 “희생해서 지킨 나라의 국립대에 동상을 설립한다는 게 어떠 이념 갈등을 유발한다는 것인가”, “국가보훈부의 명비 설치 계획은 특정 이념을 강요하기 위한 게 아니라, 오히려 보훈의 의미를 되새기고 청년 세대에게 역사의식을 환기하려는 목적을 지닌다고 생각된다.”, “6.25 동상 건립이 어떠한 ‘학내 이념 갈등’을 유발하는가, 정말로 이해가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학생 중 일부는 현수막에 ‘민주 동문 일동’이라 적힌 문구를 지적하며 “애국심을 고취하는 게 반민주적 행위냐”고 되묻기도 했다.

한편, 부산대·보훈부는 “설득 작업과 부지 변경도 검토하며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보훈부는 “부산대가 결정해 줄 경우 충혼비는 계획대로 세울 것”이라고 했으며 부산대는 “공론화와 합의를 통해 충혼비 설치 관련 논의를 계속 이어 나갈 것”이라고 각각 본지에 밝혔다.

반대 이유를 묻는 본지 질의에 교수회 측은 “언론에 대응할 마음이 없다”고만 했다. 현재 실제 설치는 잠정 중단된 상태로 6월로 예정된 학내 구성원 의견 수렴과 공론화 과정이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장혜원·이태욱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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