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View]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 논란을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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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이 문화팀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09 00:02:40

70년 역사를 이어 온 서울국제도서전이 파행 위기에 처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의 주최로 수많은 출판사와 저자·역자·독자의 참여와 정부의 지원으로 성장해 온 출판계의 공적 자산이다.

�殮牟〈� MZ들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며 인스타그램에 인증샷도 자주 올라오고 있다. 출판사마다 부스를 예쁘게 꾸미고 유명 작가를 초대해 강연회를 여는 등 독자에게 성큼 다가선 덕이다.

잘 진행 중인 줄 알았던 도서전이 잇몸병 앓는 이처럼 정신없이 흔들리게 된 것은 출협이 서울국제도서전을 자본금 10억 원으로 주식회사로 만들면서부터다.

서울국제도서전사유화반대연대(사유화반대연대)는 4월22일 성명을 내고 “전체 지분 중 무려 70%의 지분을 윤철호 출협 회장을 비롯한 몇몇 개인이 차지했고, 출협의 지분은 3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윤철호 회장 이하 몇몇 주주가 공적 자산인 서울국제도서전을 7억 원으로 가져가려 했다는 이야기인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주식회사가 되면 어떤 점이 달라질까.

서울국제도서전이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개최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익이 난다면 좋은 일이자 모두가 바라는 일이다. 그만큼 대중에게 도서전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작든 크든 그 수익은 수익의 원천인 출판사·저자·역자·독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게 사유화반대연대의 입장이다. 설령 적자가 난다고 해도 출판사 모두가 나서서 십시일반 어려움을 나눌 수 있어야 도서전의 본래 의미를 지킬 수 있다.

그런데 주식회사는 주주들의 수익과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도서전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주주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돼 있다. 출협은 공익 목적을 위해 출판인과 저자들이 도서전을 주관하도록 위임한 기관일 뿐 도서전의 주인일 수 없다는 게 사유화반대연대의 주장이다. 그리고 이 구조를 바꾸어 놓은 데 사유화반대연대는 분개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출협은 도서전의 소유권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출판계의 의견 수렴을 위한 설명회나 공청회조차 열지 않았다. 서울국제도서전의 운영 방식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변경이 필요한 것인지, 정부의 예산 지원 규모와 지원 여부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이유라면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출판사 대표들에겐 알 권리가 있다.

그렇다면 사유화반대연대에 맞서는 출협의 입장은 어떠한가. 출협은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식회사는 출협이 주주로 참여한 형태로, 공익 목적의 운영을 위해 별도의 계약을 맺고 있다”고 해명했다.

출협을 옹호하는 입장에서도 “출협이 돈을 벌 생각으로 그런 게 아니다, 정부 돈 받아서 일하는 게 좀 골치 아픈가, 정부에 휘둘리지 않고 일을 좀 신속하게 처리하려고 그런 것이다. 출협이 여론을 제대로 수집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도서전이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인 데다 정부와 노골적으로 각을 세워 일반인 모집을 하는 게 불편했을 것”이라며 감싸고 돌았다.

여기서 조금 헷갈리는 것은 사유화반대연대의 비판 대상이 누구냐는 것이다. 출협 전체를 비판하는 것인가, 출협 회장인 윤철호 회장 개인을 비판하는 것인가.

사유화반대연대가 내건 성명에는 “전체 지분 가운데 70% 지분을 윤철호 출협 회장을 비롯한 몇몇 개인이 보유했으며 출협의 지분은 30%에 불과하다”는 문구가 등장한다.

아울러 “서울국제도서전을 주식회사로 만드는 필요성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지만 주식회사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50% 이상의 지분은 출판계를 대표하는 조직인 출협과 한국출판인회의·출판협동조합·출판문화재단이나 혹은 저자와 관련된 한국작가회의 등에서 확보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이로 미루어 보아 사유화반대연대의 화살은 출협 최대 주주인 윤철호 회장에게 겨누어진 듯하다. 윤철호 회장 등이 주식회사를 꾸리면서 50% 지분만 출협에 양보했다면 어땠을까.

그러나 50% 역시 그들에겐 너무 애매한 지분이다. 정부의 간섭은 피한다고 해도 출판계의 간섭은 피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결론적으로 윤철호 회장 등은 누구의 간섭도 없이 일을 속전속결로 처리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옛말에 좋은 사람은 있어도 좋은 권력은 없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너무나 유능하고 너무나 올바른 개인은 많았다. 민중들은 “그들이 부정부패를 척결하겠지, 나라를 부유하게 이끌겠지” 믿고 권력을 쥐어 주곤 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땠나.

히틀러 집권 초기 6년 동안 독일 경제는 빠르게 회복됐지만 그는 결국 제2차 세계 대전을 일으켜 600만 명의 유대인을 포함해 약 3000만 명의 군인과 민간인을 사망하게 했다.

짐바브웨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는 한때 백인의 식민 통치에 저항한 독립운동가였지만 대통령으로 집권한 후에는 잔혹한 학살과 초인플레이션으로 나라를 절단냈다. 한 사람에게 권력을 몰아주는 게 이렇게 무섭다.

윤철호 회장에게 부탁드린다. 부디 자신의 선의를 믿지 마시라. 조금 오래 걸려도 중지를 모으는 게 순리다. 조금 불편해도 방해를 이겨 가며 일을 하는 게 가장 빠르게 가는 길이다.

지금까지 5300명가량의 출판사 관계자와 저자 등이 ‘주식회사 서울국제도서전’의 백지화에 서명했다고 한다.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임유이 문화팀장 ly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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