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원·엔 환율 하락… 한국 수출 타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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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장기불황 해소·수출경쟁력 제고 위해 금리 동결
日상품의 달러 가격 낮아져 韓상품 경쟁에 불리한 환경
민생 회복 위해 반도체 제외한 품목의 수출도 내다봐야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1-13 00:02:59

지난해 9월 달러당 141엔 수준이었던 엔·달러 환율이 최근 157엔까지 상승해 160엔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160엔 수준에 육박한 것은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에 처음이다. 이처럼 최근 엔화 환율이 급등(엔화 가치 하락)하는 ‘슈퍼 엔저 시대’가 열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슈퍼 엔저 현상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해 12월18일(현지시간) 정책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0.25%p 인하하면서도 향후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를 대폭 낮추는 ‘매파적 메시지’를 내놓은 결과이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 금리의 목표 범위를 4.25~4.5%로 0.25%p 낮췄다. 앞서 9월 0.5%p와 11월 0.25%p에 이어 3번 연속으로 금리를 총 1.0%p 인하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연준 위원들의 내년 금리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은 향후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매파적인 것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매파적 금리인하로 미국 증시는 급락하고 국채수익률은 뛰어올랐다.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0.109%p 급등한 4.493%로 지난해 5월31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 결정은 더 아슬아슬하게 이뤄졌지만 우리는 이것이 옳은 결정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지금부터는 새로운 국면”이라며 “향후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국 연준은 매파적 금리인하를 시행한 반면 일본은 0%에 가까운 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17년 만에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데 이어 7월 회의에서는 금리를 0∼0.1%에서 0.25% 정도로 인상했다. 이후 금융정책결정회의가 열린 9월·10월·12월에서는 3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일본은행이 이러한 정책을 펴는 데는 30년 저물가와 장기불황을 해소하기 위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엔·달러 환율은 장중 160엔을 돌파했다가 158달러에 마감한 후 소폭 하락해 지금은 157엔대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고금리 지속으로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상승(원화가치 하락)하지만 엔화 약세를 따라가지 못해 원·엔 환율이 급락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연말 달러당 1470원 수준까지 상승해 정국 불안으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약화되고 투자 자금의 유출이 이어지면서 1500원 돌파가 코앞인 상황이다.

그러나 엔화 약세는 원화 약세보다 큰 폭으로 진행되고 있어 2011~12년 1400원 선이었던 원·100엔 환율은 2022년 4월부터 2023년 10월까지는 평균 953원 선에서 등락하다가 엔화가 슈퍼엔저 현상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는 평균 900원 선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다. 비교적 장기 추세였던 1038원선에 비해 13%나 하락한 수준이다.

한국수출품의 글로벌경쟁력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철강·석유화학·자동차·부품·선박·기계류 등 글로벌시장에서 일본 수출품과 경쟁을 하는 제품이 많다. 일본 상품의 달러 표시 가격이 낮아지면서 해외시장에서 경합하는 한국 상품이 가격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따라서 슈퍼 엔저 현상은 한국 경제에도 큰 부담이다. 글로벌 무역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경합도는 69.2로, 미국(68.5)·독일(60.3)·중국(56.0) 등 주요 국가 중 가장 높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p 내리면 한국의 수출 가격은 0.41%p, 수출 물량은 0.20%p 하락한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만으로 살 수는 없다. 특히 한국 반도체 수출은 여전히 미국이 제재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수출 영향이 크다. 따라서 수출의 온기가 경제 전반에 퍼져서 민생이 회복되게 하려면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의 수출도 내다봐야 한다. 반도체 착시현상에서 벗어나 경제 전체를 봐야 한다는 의미다.

2018년부터 반도체를 제외하면 무역수지가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제조업 경기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대기업 생산지수는 증가하고 있는 데 비해 중소기업 생산지수는 감소하고 있다. 경제가 골고루 성장해 그 온기가 민생에까지 미치게 하려면 급락하고 있는 원·엔 환율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과거 1998년 외환위기·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도 미국의 금리인상과 뒤따르는 엔화 약세가 한국 수출에 타격을 주면서 초래되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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