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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광풍으로 정쟁이 사생결단으로 격화되며 정치 시계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선거권 유지 여부가 판가름될 최종심이 먼저 나올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의 기사회생 여부가 달린 헌재 판결이 먼저 나올 것인가를 두고 사생결단인 형국이다.
기업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은 극대화되고 소비심리는 급락하고 있다. 원전·방산 등 굵직굵직한 분야의 수출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요구불예금의 잔고도 빠지고 있다. 지금 주가 전망도 비관적이고 집값 전망도 불확실하므로 그런 분야 투자를 위해 요구불예금이 빠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요즘 급등하고 있는 암호화폐 투자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요구불예금이 빠지고 있는 현상의 상당 부분은 예금주들의 불안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그 결과 현금통화/요구불예금의 비율이 상승하면 통화승수가 하락하게 되어 시중 자금의 경색이 증가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요컨대 사생결단식 정쟁 격화에 따른 정치 시계의 불확실성 극대화가 투자·소비·수출 등 실물경제는 물론 금융시장에까지 광범위하게 전이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 성장률도 하락해 일자리가 더욱 위축되어 민생은 도탄에 빠지게 된다.
17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100만 명이 넘는 실업자를 양산했으며 한국의 주요 자산들을 헐값에 외국에 팔아넘겨야 했던 전대미문의 금융 위기가 초래된 1997년 외환위기 당시도 1997년 말 대선을 앞두고 정쟁이 격화되었던 시기였다.
1997년 1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의 한보그룹 개입 의혹과 국정 개입 사태가 터지면서 정국은 혼란에 빠졌다. 검찰 조사와 국회청문회에서도 김현철의 한보그룹 개입 의혹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말 대선을 앞둔 야당의 공세는 계속되었다. 집권 5년 차 김영삼 대통령의 국정 동력은 급격히 약화되었다.
한보·삼미·진로 등 대기업이 줄줄이 부도나고 수출도 급락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파업으로 노동개혁은 불발되고 부실기업 구조조정도 하지 못해 기업 부실은 가속화되고 금융부실도 심화됐다. 마침내 외국 금융기관 대출금을 중심으로 외국자본이 급격히 유출되면서 1997년 말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2008년 2월 이명박정부가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은 4월18일, 정부는 한·미 쇠고기 수입 협상 타결을 전격 발표했다. 4월29일 MBC의 시사 보도 프로그램인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을 방영했다. 주저앉은 광우병 의심 소를 도축하는 장면, 인간 광우병 여성의 죽음 등을 방영해 한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촛불집회가 3개월여 지속되었다.
그 후 법원은 방송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인정했지만 3개월여 지속된 촛불시위로 새 정부의 국정 동력은 급격히 약화되었다. 수출 등 경제가 악화되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과 은행 대출금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본이 급격히 유출되어 마침내 한국은 외화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이번 정쟁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런 정도로 끝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 더욱 문제다. 우선 미·중 간에 사활이 걸린 투쟁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을 두고 치열한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분야는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극초음속미사일 등 첨단무기 개발로 이어지기 때문에 미국은 이런 분야의 첨단기술이 중국에 넘어가는 것을 강력히 제제하고 있다. 대만이 건재한 것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TSMC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이 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중국·일본 등 우리나라와 반도체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나라들은 매년 천문학적 보조금을 뿌리고 있다. 중국 940억 달러(약 130조 원)·미국 390억 달러(54조 원)·일본 159억 달러(22조 원) 등이다. 일본은 보조금 4조 원을 투입해 통상 5년이 걸리는 TSMC 구마모토 1공장 준공을 2년4개월로 단축시켰다. 그러나 한국은 보조금은커녕 정쟁으로 ‘반도체기본법’은 물 건너가고 주 52시간 신축 적용 문제도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럴 경우 동맹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설상가상 ‘동맹 외교’보다는 ‘거래 외교’를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로서는 격화되고 있는 미·중 쟁패 속에서 한국에 만약 종북·친중 정부가 들어설 경우 ‘신(新)애치슨라인’이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힘들 수도 있다.
한국이 지난 70여 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바탕 위에 전란 없이 발전을 주도해 온 것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 덕분이었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같이하는 국가들과 멀어지고 사회주의 공산국가들과의 관계가 강화될 경우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보장받기 힘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이번 위기는 단순한 경제 위기였던 과거와는 다르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는 이 시점에 정쟁으로 인한 공백이 오래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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