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없는 보물전… 큐레이터 12명의 ‘최애’ 유물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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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소소하고 소중한’ 展
4.8㎝ 황금 손·비사상… 수장고 속 문화유산
국보·보물 아닌 소장품 144점 이야기 곁들여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10 10:06:30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근무하는 12명의 큐레이터가 꾸민 ‘소소하고 소중한’ 전이 10일 개막했다.

함순섭 국립경주박물관장은 9일 열린 간담회에서 “기존의 박물관 전시가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전시를 준비하는 사람의 선택에 초점을 맞춰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특별전에는 국보나 보물은 단 한 점도 없다.

몸체 없이 덩그러니 홀로 남은 오른손은 크기가 4.8㎝에 불과하다. 금동으로 만든 부처의 손이란 뜻에서 ‘금동불수(金銅佛手)’라고 불린다. 신라의 인공 연못인 월지에서 나온 유물이다. 월지는 과거 안압지로 불리던 곳이다.

국립경주박물관 월지관에서 소개하기도 했으나 이 작은 황금손에 관심을 주는 이는 드물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이 작은 손은 당당히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소소하고 소중한’ 전은 작아서, 깨져서 혹은 가치가 적다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한 채 수장고에 오랜 시간 머물렀던 문화유산 44건 144점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다.

수장고에 있는 유물 30만 점 가운데 전시로 소개되는 유물은 1만 점 정도라고 한다. 29만 점이 빛을 보지 못한 채 어둠 속에서 숨죽이고 있는 것이다.

박물관 경력 34년 차인 함순섭 관장의 추천 유물은 작은 유리구슬이다. 1921년 경주 금관총에서 출토된 유물로 투명한 유리 사이에 금박을 넣어 마치 금으로 만든 구슬처럼 보인다. 크기가 손톱만 하다 보니 그 진가를 알아보려면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이 구슬은 함 관장이 2005년 경주박물관에 발령받아 온 뒤 수장고에서 가장 먼저 찾았던 유물이다. 그는 이 유물을 “초원의 길을 따라온 국제교류의 산물”이라고 소개했다.

경주 도심에서 떨어진 절터에서 나온 비사상과 짐승 얼굴 무늬 꾸미개는 최근 발굴한 통일신라시대 불교 미술품으로 관람객에게는 처음 공개됐다.

특히 비사상은 신라인의 예술적 감각과 미의식을 엿볼 수 있는 유물로 다리를 죽 펴고 머리를 왼쪽으로 돌린 모습이 꽤 익살스럽다.

김대환 학예연구사가 선택한 바둑돌은 경주 황오동의 신라시대 건물터에서 나온 것이다. 지름이 1.3∼1.6㎝ 크기로 백돌 43개와 흑돌 55개로 구성돼 있다.

왕릉급 무덤에서 바둑돌이 나온 적은 있으나 건물터에서 찾은 사례는 드물다. 약 1500년 전 신라 사람들의 놀이 문화를 유추할 수 있는 증거로서의 가치가 크다.

이 밖에도 △실물로는 접하기 어려운 금관총·천마총의 직물 △경주 지역에서 출토된 각종 나무 빗 △청동기 시대에 돌을 갈고 자르고 만들던 흔적 등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특정 주제나 시대로 묶는 기존 전시와 달리 큐레이터들이 이 작품을 왜 선택했는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관람할 때 어떤 부분을 봐야 하는지 등의 조언이 적혀 있어 스토리텔링을 즐기며 관람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상설전시관에 전시된 금관·금 허리띠 등 신라 천 년의 역사와 황금 문화를 보여주는 국보·보물들처럼 큰 조명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들 유물 역시 특별하고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임에 틀림없다. 전시는 내년 3월9일까지 진행된다.

임유이 기자 ly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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