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화려한 지스타 웹젠 부스 뒤 씁쓸한 논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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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21 13:38:56

웹젠은 14∼17일 개최된 지스타에서 게임 ‘드래곤 소드’와 ‘테르비스’를 선보였다. 둘 다 서브컬처 장르 게임이다. 서브컬처 장르 특성상 확률형 캐릭터 뽑기는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웹젠이 서비스하는 ‘뮤 아크엔젤’은 3월21일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 시행 하루 전에 확률을 공개하면서 확률형 뽑기를 149회 할 때까지 확률이 0%였고 그 뒤부터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오류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게임인 뮤 오리진의 경우 서비스 종료 직전까지 유료 아이템을 팔다가 기습적으로 서비스 종료를 발표해 강한 반발을 샀다. 웹젠이 서비스하던 서브컬처 게임인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 또한 7월31일 서비스 종료가 검토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현금성 아이템과 확률형 캐릭터 뽑기를 이어 나가다가 8월22일 서비스 종료를 발표해 비판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월 중순 해당 논란들에 대해 현장 조사를 진행했으며 피해자 모임이 후속 조치를 고려 중이다.

유료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팔만큼 팔고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은 게임 업계에서 꽤 유명한 ‘먹튀’ 수법이다. 게임을 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고 게임에 돈 쓰는 걸 나쁘게 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큰 이슈가 되지 않을 뿐이지 대놓고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으로 장난을 쳤으니 회사 문을 닫으라고 하는 건 좀 너무하다고 하더라도 지금도 피해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국내 최고 게임쇼에 확률형 아이템 모델을 사용하는 장르를 들고 나오는 걸 보니 너무 뻔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출품한 테르비스만 봐도 2023년 지스타에서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와 같이 공개했던 게임이다. 같은 회사에서 같이 나온 형제가 하나는 서비스 종료 후 소비자 기만 논란에 휩싸이고 다른 하나는 1년 뒤 다시 소비자를 유혹하러 나온 것이다.

‘서브컬처 게임’은 직역하면 하위 문화 게임이고 게이머들 사이에서 자주 쓰이는 말로 하면 오타쿠 게임이다. 실제로 언급될 때는 비속어가 조금 섞인다. 더 직설적이고 시니컬하게 말하면 사실 게임 캐릭터는 내가 살 필요는 없고 인터넷으로 사진이나 영상만 봐도 되는데 그걸 굳이 최대 수십만 원 까지 써 가면서 뽑으면 게임사가 돈을 버는 게임이다.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라는 말이 자주 쓰이는데 서브컬처 게임 유저쯤 되면 바보라고 해도 당사자들이 크게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자기가 바보 같은 소비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한번 머리가 차가워지면 누구보다 빠르게 지갑을 닫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매력적인 캐릭터도 환상이 한번 깨지면 데이터 쪼가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번 지스타에도 멋들어진 영상과 잘 만들어진 캐릭터 디자인을 공개했으니 게임을 하고 싶다는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그런데 웹젠의 화려한 이력들을 안다면 얼마나 그 게임들을 하고 싶을지는 의문이다.

지스타에 나가면서 논란들을 밝힐 필요는 없지만 소비자를 기만한 기업들이 바로 비슷한 신작들을 내는 걸 보면 게임을 낼 때 최근 몇 년 동안의 조사 내역이나 관련 처벌 등을 표기하면 어떨까 싶다. 소비자가 현명한 소비를 위해 게임사의 논란을 다 검색하게 하는 것보다는 이쪽이 소비자 보호에 더 효과적이다.

게임에 돈을 쓰는 게 개인의 선택이라고 해도 알고 쓰는 것과 모르고 쓰는 것은 다르다. 한두 푼 쓸 것도 아닌데 소비자가 그 정도는 알아야 한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