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농축우라늄 수출 가능"… 바이든의 막판 '한 방'에도 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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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3차 세계대전 원하나"… 美 ATCMS 사용제한 해제에 냉·온
트럼프Jr. "군산복합체가 아버지의 평화 노력 미리 차단하려 한다"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20 07:55:16

▲ 2019년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두 사람은 기질과 능력을 피차 인정하는 사이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서방과 러시아 갈등이 극대화한 와중에도 트럼프는 '푸틴 악마화'에 동조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전쟁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는 와중에도 러시아가 미국에 대한 농축우라늄 수출 재개 문제가 긍정적 방향으로 열려 있음을 강조해 주목된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원전기업 로사톰은 이날 (금수조치 상태인) 미국으로의 우라늄 수출이 특별한 조건 아래 여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로사톰은 성명에서 “러시아 정부의 대미(對美) 우라늄 수출 제한은 미 당국의 조치에 따른 예상할 수 있을 만한 대응이었다”며 “미국 공급을 허용하는 특별한 라이선스 제도가 존재한다. 다른 나라에 대한 우라늄 공급은 계약과 적법 절차에 따라 변함없이 이뤄진다”고 짚었다. 미국을 향해 적극 손을 내민 것이나 다름없다.

앞서 15일 러시아정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지시에 따라 농축 우라늄의 대미 수출을 일시 제한하기로 했다. ‘러시아연방 기술·수출 통제국에서 발행한 라이센스가 있다면’ 미국에 농축 우라늄을 수출할 수 있다고 조건을 달았다. 당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러시아 이익에 부합할 경우 연방 기술·수출 통제국은 (미국을) 금지 목록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조치는 5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40년까지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을 금지한다는 법안에 서명한 것의 맞대응으로 외신들은 바라봤다. 미국 내에서도 자국 경제에 큰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반대 의견들이 적지 않았고, 9월 푸틴은 서방의 상품공급 제한에 불만을 토로하며 향후 러시아도 우라늄·티타늄·니켈 등 전략 원자재 수출 금지를 고려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바이든의 5월 결정에 전문가들은 미국의 우라늄 등 필수 광물 공급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며 특히 주요 우라늄 기업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볼 것을 우려했다. 미국에겐 현재 영국·네덜란드·독일과 합작해 만든 국제 핵연료 및 서비스 공급사인 유렌코 관리 하의 우라늄 농축 시설 하나뿐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여기서 나오는 게 미 원자로 필요량 전체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 뉴스가 나오자 우라늄 선물이 즉각 약 4% 급등하며 장중 파운드당 84달러까지 올랐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으로 진격해 들어가자 북한군 파병설이 나오고 바이든정부가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본토 내부를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러시아가 강력 반발하는 등 긴장감이 급격히 고조된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도 러시아정부 산하의 원전기업이 대미 수출 가능성을 부각시킨 것은 미 차기 정부에 대한 메시지다. 우세한 전황이라고는 하나 하염없이 버틸 형편은 아닌 러시아 측 사정도 읽힌다.

첫 집권 때부터 푸틴과의 친분을 과시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2022년 2월 전쟁 발발로 러시아와 서방 간 대립이 극심해진 이후에도 그를 적대시하지 않았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 세계 우라늄 농축 능력의 약 44%를 차지하며 미국 수입 핵연료의 약 35%를 공급해 왔다. 트럼프의 원자력 우호 기조까지 더해져 우라늄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기에 러시아의 금수 조치가 장기화하면 미국에 타격이 될 수 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아직 우크라의 러시아 본토 공격에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사용을 허용한 바이든의 결정에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대신 측근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트럼프2기 첫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플로리다)은 18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긴장을 고조시켰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알 수 없게 돼 버렸다”며 개탄했다.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 대사 역시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정권 이양 시기에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전쟁의 긴장을 고조시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마치 새로운 전쟁을 일으키려는 듯한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책사인 그레넬 전 대사는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직도 역임한 핵심 보좌진에 속한다.

연방 하원 내 대표적인 강성 친트럼프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의원(조지아) 또한 자신의 엑스 계정을 통해 “퇴임하는 바이든이 3차 세계대전을 시작하려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비판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아버지가 평화를 만들어 내 생명을 구할 기회를 갖기 전에 군산복합체는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우크라이나로 갈) 수조 달러 돈을 틀어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