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1913兆으로 역대 최대 경신… 전 분기比 18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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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수도권 주택매매 활황에 힘입어 석 달 만에 19.4조 원 불어나
은행 주담대 22.4조 원으로 文정부 시기 분기 증가액 크게 뛰어넘어
기타대출은 증시 침체에 감소 폭 커져… 한은 “가계부채 둔화할 것”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19 12:20:00

▲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13조8000억 원으로 2분기 말 대비 18조 원 늘어났다. 이는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공표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전날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주택과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가계 빚’을 뜻하는 가계신용이 3분기 사상 처음으로 1900조 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의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의 주담대 증가 폭은 22조 원을 웃돌면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하향 안정화 중이라면서 주택 거래 둔화로 가계신용 증가 폭도 곧 감소할 것이라고 봤다.

한은이 19일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9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13조8000억 원으로 2분기 말 대비 18조 원 늘어났다.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공표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증가 폭도 2021년 3분기(35조 원) 이후 가장 컸다. 가계신용은 금융권 가계대출에 미결제 신용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더한 값으로 포괄적인 가계부채를 의미한다.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주도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1795조8000억 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16조 원 증가했다. 상품별로 보면 주담대 잔액이 19조4000억 원 늘었다. 2분기 증가 폭(16조 원)보다 크다. 예금은행 주담대만 놓고 보면 22조2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가계대출 증가 폭이 가장 컸던 2021년 3분기(16조4000억 원)을 크게 넘어서는 규모다. 한은은 수도권 주택매매 거래량이 8만3000호에서 9만6000호로 급증하면서 주담대 증가 폭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2분기 –2조7000억 원에서 3분기 –3조4000억 원으로 석 달 새 감소 폭을 확대했다. 12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코스피 지수 급락 등에 따라 증권사 신용공여액이 4000억 원에서 –3조2000억 원으로 감소 전환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기관별로는 예금은행(잔액 959조2000억 원)의 가계대출 증가 폭이 주담대를 중심으로 17조3000억 원에서 22조7000억 원으로 확대됐다.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304조3000억 원)은 –3조9000억 원에서 –1조7000억 원으로 축소됐다. 주담대가 증가 전환하고 기타대출의 감소 폭이 축소한 결과다. 반면 공적금융기관·보험사 등 기타금융기관(532조4000억 원)은 보금자리론 순상환 등에 따라 가계대출 감소 폭이 –1000억 원에서 –4조9000억 원으로 커졌다.

김민수 경제통계국 팀장은 “예금은행 주담대 증가 폭이 2005년 4분기 이후 가장 컸지만 차주 단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도입되면서 대출 행태에 구조적 변화가 있었다”며 “예전에는 주택 매수와 생활자금을 마련할 때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모두 활용했지만 차주 단위 DSR 도입 이후에는 만기가 긴 주담대를 통해 갚는 게 유리해 기타대출은 감소하고 주담대는 증가하고 있다. 예금은행 주담대·기타대출을 합하면 2020년 4분기 이후 최대”라고 말했다.

판매신용 잔액은 9월 말 118조 원으로 6월 말 대비 2조 원 증가했다. 2분기(+1000억 원)에 이어 두 개 연속 증가세다. 추석 연휴 등으로 신용카드 이용 규모가 늘어난 결과라는 설명이다. 개인신용카드 이용액은 3분기 192조9000억 원으로 석 달 전보다 3조 원 늘어났다.

“가계신용 증가율 1.5%로 하향 관리 중”

한은은 가계부채 급증에 대해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하면서 정부의 건전성 기조에 맞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을 관리 중이라고 평가했다.

김민수 팀장은 “가계부채를 급격히 줄이면 소비 등 실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정부와 한은은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하고 있다”며 “3분기 가계신용은 18조 원 증가해 2015~2023년 장기 평균 증가 폭인 22조2000억 원을 하회했고 3분기 가계신용 누적 증가율은 1.5%로 명목 GDP 성장률 내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등 거시건전성 정책과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등으로 9월 들어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 흐름을 보이는데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택 거래 둔화에 따라 연말까지 가계부채 증가 폭은 줄어들 것으로 봤다. 김 팀장은 “정부의 건전성 정책 노력에 힘입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가 7월 이후 둔화되고 있어 주택 거래에 후행하는 가계부채 증가세와 둔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 하나로 가계부채가 불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비쳤다. 김 팀장은 “금리 변화를 통해 부동시장에 영향을 주면 가계부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흐름”이라며 “다만 부동산 시장은 금리뿐 아니라 주택 가격 상승 기대라든가 주택 공급이라든가 거시 건전성 규제라든가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러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