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미당은 시인!” 서정주 관련 도서 잇달아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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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미당시/ 마종기 외 지음, 은행나무, 1만8000원
서정주라는 문학적 사건/ 최현식 지음, 도서출판b, 2만4000원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19 10:41:58

▲ 원고지를 앞에 두고 잔잔한 미소를 입가에 올리고 있는 미당 서정주. 미당시문학관

그렇다. 서정주는 하나의 사건이다.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의 여러 예술인 중에서도 미당 서정주(1915∼2000)에 대한 평가는 확연히 갈린다.

고은은 서정주의 추천으로 문단에 등단했음에도 서정주를 철저히 부정했고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던 미당문학상은 친일 논란 끝에 2018년 폐지됐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비판과 별개로 서정주 시의 문학적인 가치까지 부정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미당의 명과 암을 돌아보는 두 권의 책이 출간됐다.

▲ ‘나만의 미당시’(왼쪽) ‘서정주라는 문학적 사건’ 표지. 은행나무·도서출판b

‘나만의 미당시’에는 ‘시인들이 새로 읽은 서정주’라는 부제 아래 총 30편의 시가 실려 있다. 내로라하는 시인들이 한 편씩 미당의 시를 소개하고 그에 따른 감상을 수록했다.

시인 마종기는 “그때까지 한국의 대표 시를 제법 섭렵했다고 믿었었는데 느낌부터 생판 다른 이 시는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인가. 오래 헤어졌던 그리운 사람을 다시 만나는 것 같은 가슴 벅찬 행복감으로 ‘부활’을 어느 틈에 다 외워 버리고 말았다”고 적었다.

참여한 시인은 마종기·정현종·김승희·황인숙·김혜순·고두현·김기택·이은규·김사인·이영광·고명재·문정희·안희연·이제하·김언·문태준·박소란·박형준·이현호·이병률·권승섭·한백양·서효인·양안다·여세실·윤제림·김민정·이혜미·장석남이다.

이남호 평론가·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들어가는 글’에서 “정치적 이유로 내팽개침을 당하고 있는 미당 시를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열정과 헌신이 여전히 있다. 미당을 둘러싼 정치적 현실은 어둡기만 하지만, 그래도 나는 미당 시가 있어서 행복하다”고 썼다.

‘서정주라는 문학적 사건’은 최현식 인하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미당과 관련해 27년간 저술한 논문과 강연록을 다듬어 묶은 책이다.

최 교수는 책의 제목에 대해 “미당의 한국 시에 대한 숱한 긍정적 기여와 몇몇 부정적 국면을 함께 기리고 기억하기 위해, 또 미당 연구자이자 비평가인 나에 대한 선한 영향과 준엄한 계고를 잊지 않기 위해 붙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 교수는 책머리에서 “나는 미당 시를 공부하며 한국 근현대 시의 근대성과 반근대성의 세목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분석하는 고통스러운 행운(?)을 누려왔다”고 털어놨다. 글은 최 교수가 집필하고 발표한 순서가 아닌 서정주의 연대기를 중심으로 나열됐다.

한편 미당 서정주는 15권의 시집을 통해 1000여 편의 시를 남겼다. 서정성과 관능미를 두루 갖춘 그의 시는 교과서에 실릴 만큼 큰 평가를 받았으나 정권 친화적인 행적이 문제가 되면서 미당은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포함됐다.

특히 일제강점기에 다쓰시로 시즈오로 창씨개명하고 가미카제 특공대에 투입된 조선인 청년을 미화한 ‘마쓰이 오장 송가’를 지은 것과 1987년에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생일을 기념하는 축시는 두고두고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문학계에서는 이번 출판으로 서정주의 정치적 과오와 문학적 업적을 분리하는 일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유이 기자 ly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