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의 판소리 외국어로 알린다… 국악 그룹 ‘The K-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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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결성… 영어·중국어 넘나들며 공연
조수민·조찬주·조양준 3남매 뒤에는 K 어머니가…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19 09:50:38

▲ ‘The K-판'의 조찬주·조양준·조수민(왼쪽부터) 남매가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작은 공연을 펼쳤다. 박미나 기자Ⓒ스카이데일리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소리 천재’ 정년이의 이야기가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전통 판소리에 전 국민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 오페라라고 할 수 있는 판소리는 악보 없이 즉흥적으로 쏟아내는 천변만화의 음률이 큰 매력이다.

판소리는 17세기부터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전통 음악이면서 연극적 요소가 풍부한 판소리는 청중이 ‘얼쑤!’ ‘좋다!’ 등 추임새에 참여함으로 무대와 객석이 자유롭게 호응하는 게 특징이다. 이에 한국을 대표하는 독특한 문화 예술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는 중이다.

‘The K-판’은 영어·중국어 한국어 3개 국어로 판소리 공연을 하는 가족 그룹이다. 전 세계를 돌며 무대에 서느라 여념이 없는 더케이판의 조수민(24)·조찬주(19)·조양준(16) 3남매를 서울 중구 덕수궁에서 만났다.

외국어 판소리 그룹 ‘The K-판’

‘The K-판’이 결성된 것은 2022년 12월 키르기스스탄 국제협력행사 때였다. 그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국악 활동을 해오던 남매는 이 공연을 통해 ‘The K-판’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뭉쳤다.

“외국인 청중이 판소리를 듣고는 너무 좋아하는데 소울만 느낄 뿐 가사의 뜻을 모르잖아요. 그래서 영어로 번역해서 공연을 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국악을 한다는 공통점에다 셋 다 영어에 특기가 있어 쉽게 뜻을 모을 수 있었다. 3남매가 영어를 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10년 온 식구가 미국으로 이주해 5년을 그곳에서 머물렀다.

출국할 때 맏이 수민이의 나이가 10살·둘째 찬주가 5살·막내 양준이가 3살이었다. 한창 언어를 습득할 나이에 미국 생활을 하다 보니 3남매는 한국어만큼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3남매는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에도 능통하다. 맏이 수민이는 한국에서 화교소학교를 다니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초·중학교를 그곳에서 졸업했다. 귀국한 후에는 서울 금천구의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입학했다. 지금은 중앙대 연희예술학과 4학년에 다니다가 휴학하고 평택시립국악관 현악단 PD로 일하고 있다.

둘째 찬주는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1학년에 재학 중으로 국악뿐 아니라 팝송·연기에도 재능이 있다. 외국인은 물론 한국인도 중·고등학생으로 오해할 만큼 타고난 동안이지만 똑 부러진 말솜씨와 풍부한 표정으로 무대를 장악한다. ‘The K-판’ 결성도 찬주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막내 양준은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2학년이다. 양준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을 만큼 공부를 잘한다. 또한 뛰어난 리더십으로 전교학생회장을 맡고 있다.

미국·중국·필리핀·이탈리아 돌며 공연

▲ ‘The K-판’의 조찬주·조양준·조수민(위쪽부터) 남매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덕수궁 나들이에 나섰다. 임유이 기자

‘The K-판’은 미국·중국·필리핀·이탈리아 등 전 세계를 돌며 영어와 중국어로 판소리 공연을 펼치고 있다. 무대 구성은 물론 판소리를 외국어로 번역하는 일도 셋이 직접 한다.

“판소리에 사자성어나 한자가 많다 보니 이 부분을 번역하는 게 힘들어요. 외국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현지의 정서에 맞게 번역하는 게 관건이죠.”

세 남매는 그만큼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단어나 속담을 어떻게 외국인에게 이해시킬까, 셋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모은다.

“외국인이 추임새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추임새가 없으면 공연의 맥이 빠지기 때문에 공연 시작하면서 추임새에 참여할 것을 부탁드려요. 그러면 어색해하면서도 잘 협조해 주십니다.”

이태리 공연 때는 한복과 판소리에 반한 현지 언론이 뉴스를 통해 판소리 공연을 보도하는 바람에 큰 이슈몰이를 하기도 했다.

맏이 수민은 뮤지컬에도 관심이 많아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동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수민은 지난 4월에 방송된 JTBC 걸스온 파이어에 출연해 파워 넘치는 가창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둘째 찬주는 미국의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처럼 다재다능한 아티스트를 꿈꾼다. 언젠간 코첼라 무대에 꼭 서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고등학생인 막내 양준은 가수 활동을 이어가면서 공부에 매진하는 중이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으려는 자세에서 한국인의 저력이 느껴졌다.

K 소리꾼 뒤에는 K 어머니가

▲ ‘The K-판’은 영어·중국어 한국어 3개 국어로 판소리 공연을 하는 가족 그룹이다. 임유이 기자

3남매가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소리꾼으로 성장한 데는 부모의 공이 크다. ‘The K-판’ 뒤에는 K 어머니 박주현 씨가 있었다. 박주현 씨에게 개인 생활이란 거의 없다. 3남매의 의상·이동·스케줄을 혼자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니저로 어머니로 아내로 1인3역을 도맡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