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업계 건설경기 침체에 위기… 설비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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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감소와 원가 상승 이중고 겪어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18 12:46:30

▲ 경기도 안양시의 한 레미콘 공장에 차량들이 멈춰서 있다. 스카이데일리

국내 시멘트 업계가 건설경기 침체로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전통적으로 가을은 시멘트 수요가 집중되는 극성수기였지만 올해는 수요 감소와 재고 누적이 맞물리며 주요 업체들이 공장 가동률을 줄이는 상황이다. 국내 시멘트 업계는 당면한 이중고를 극복하기 위해 긴축 운영과 환경 설비 투자를 병행하고 있지만 건설경기 침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18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한일시멘트는 킬른 6기 중 2기의 가동을 7월부터 중단했다. 킬른은 시멘트 제조 공정에서 중요한 설비로 길이가 최대 100m에 달하는 거대한 원통형 가마다. 킬른 내부 온도는 약 1450°C로 원료를 고온에서 소성해 시멘트의 중간 생성물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회사는 시설 보수를 위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업계는 수급 조절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하고 있다.

성신양회 역시 킬른 5기 중 2기를 멈췄고 쌍용C&E는 킬른 보수 기간을 기존 한 달에서 한 달 반으로 늘리면서 대응하고 있다. 올해 시멘트 출하량은 4400만 t으로 예상된다. 이는 작년 5024만 t에 비해 약 13% 감소한 수치다.

출하량 감소는 업체들의 실적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쌍용C&E는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9.3% 급감해 업계 최다 점유율 업체라는 위치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성신양회와 아세아시멘트도 영업이익이 각각 38.8%·35.1% 하락했다. 한일시멘트와 삼표시멘트는 모르타르 판매량 증가로 영업이익이 소폭 증가했지만 매출은 모두 감소했다.

시멘트 업계가 맞닥뜨린 위기의 배경에는 건설경기 침체가 자리 잡고 있다. 신규 아파트 착공 현장이 줄어들면서 시멘트 수요가 감소했고 공사 중단 사태가 잇따르자 출하량이 급감했다. 특히 시멘트를 가공해 판매하는 레미콘 업체들은 원자재 비용 상승 및 건설사와의 단가 갈등 속에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3% 이상 줄었다.

환경 규제와 원가 상승이라는 추가적인 압박도 시멘트 업계에게 부담이다.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환경 설비 투자와 전기요금 인상이 지속되면서 생산 원가는 증가하고 있다. 아세아시멘트와 삼표시멘트는 각각 300억 원을 들여 선택적촉매환원(SCR) 설비를 도입하며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전기요금은 시멘트 생산 원가의 약 30%를 차지하는데 최근 10.2%가 인상돼 업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업계는 건설경기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 같은 실적 부진과 가동률 감소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가동률을 줄이고 원가 절감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수요 회복 없이는 업계의 근본적인 회생이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