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러 본토 깊숙이 타격 OK”… 장거리 미사일 사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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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당국자, 전황 변화 기대 안 해… 경고 발신일뿐
러·북에 “더 이상의 북한군 파병 안 된다“” 메시지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18 19:51:29

▲ 9월 백악관에서 만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시 유엔 총회 참석을 겸해 미국을 방문한 젤렌스키는 '승리 계획'을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장거리 미사일 사용제한 해제가 그 골자의 하나였다고 전해진다. UPI=연합뉴스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깊숙이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을 계속 요청해 온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CMS). 조 바이든 정부가 허용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으나 전황의획기적 변화를 기대하진 않는다고 알려졌다. 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미국이 제공한 지대지 미사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의 표적을 때릴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 대응 차원에서 기존의 입장을 전격 선회함으로써 사거리 약 300km짜리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러시아 내부 표적 공격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NYT가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ATACMS는 일단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 내 우크라이나 병력을 방어하기 위해 러시아·북한군을 상대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미 당국자들은 ATACMS 사용 허가를 러시아가 전투에 북한군을 투입한 것에 맞선 조치라고 설명했다. 8월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진격은 훗날 협상 시 돈바스지역과 교환할 매개 등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었으나 지리한 공방이 이어지며 더 중요한 돈바스 쪽에서 러시아군에게 밀리는 결과를 불렀다.

무엇보다 미 당국자들이 ATACMS 관련 정책 전환으로 전황의 획기적 변화를 기대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북한과 러시아를 향한 경고의 메시지 즉 ‘북한군은 취약하며 추가 병력 파견 불가’를 분명히 한 것에 불과하다는 점이 당국자들 발언에서 드러난다. 지금까지 닿을 수 없었던 핵심 표적을 타격할 수 있게 되면 북한과 러시아에 가장 엄중한 경고가 되리라 기대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동안 미국이 제공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 군사 시설 등을 공격하게 해달라는 우크라이나 측 요청에 바이든정부는 응하지 않았다. 확전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5월 하르키우 공세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특정 무기 사용 제약을 완화하기 시작했다. 하르키우 방어를 위해 사거리 약 50마일(약 80km)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으로 국경 바로 너머의 러시아군 공격을 허가했다. 다만 사거리 약 190마일(약 300km)짜리 ATACMS의 사용은 지금까지 제약에 묶여 있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사거리 약 250km의 스톰섀도·스칼프(SCALP) 미사일을 지원했지만 미국이 ATACMS 사용을 허가하기 전엔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을 주저했다고 NYT가 짚었다. 일각에선 미국의 이번 결정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유럽 동맹국을 상대로 거센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걱정스럽게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거리 미사일 사용 허가에 따른 이익을 확전 위험보다 크게 본 판단이 우세한 셈이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8월 공세로 점거된 자국 영토를 전부 탈환하고자 북한군을 포함한 5만명의 병력으로 대규모 공세에 나설 태세다. 이를 위해 집결한 러시아·북한 병력과 러시아 내부 깊이 위치한 주요 군사장비, 군수 거점, 탄약고·병참선 타격에 ATACMS를 사용할 수 있다. NYT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두 달 앞두고 중대한 정책 전환이 이뤄진 점에 주목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부정적이며 러시아에 이미 점령된 영토의 포기를 조건으로 전쟁을 끝내려 할 것이라는 관측 속에 바이든의 마지막 수였을 수 있다. 향후 러시아와 휴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는 점령 당한 영토와 점령한 러시아 영토를 교환할 수 있길 바라지만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공급 계획을 파악한 뒤 우크라이나에 ATACMS 수백발을 건넸으나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 등 우크라이나 주권의 영토에서만 사용하도록 제한했다. NYT는 제공된 미사일이 거의 소진됐으며 현재 얼마나 남았는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