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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는 지금 나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2016년 촛불의 실체
2016년 말에 있었던 촛불시위의 주제와 목적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이었다.
2016년 10월24일 JTBC에서 최서원(아명 최순실) 씨 소유의 ‘태블릿PC’에서 나온 자료라며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사전에 수정 검토했다”고 주장했다. 이 보도가 나가자 “박근혜는 최순실의 아바타였다”는 등 온갖 유언비어가 인터넷을 도배했다. 나중에 밝혀진 바이지만 JTBC가 보도에서 제시한 태블릿PC는 최순실 씨 것이 아니었고, 그녀는 태블릿PC를 다룰 줄도 몰랐다.
10월24일에 JTBC 보도가 나가고 닷새째 되는 10월29일 토요일에 첫 대규모 촛불시위가 있었다. 이후 매주 토요일마다 광화문광장은 그야말로 촛불의 광풍이 불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촛불시위대로 넘쳐났다.
촛불시위대는 처음에는 초법적이고 혁명적 방법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리려고도 했다. 일례로 박원순 서울시장은 같은 해 11월3일, 박근혜 대통령을 하야시킨 후 정부를 해체하고 비상시국회의라는 초헌법적 기구를 구성하여 새로운 체제의 국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뿐만 아니라 11월5일 토요일 2차 촛불시위 때는 시위대가 ‘혁명정부를 세우자’는 등 혁명정권 수립을 선동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실제로 2차 촛불시위 때 야밤에 시위대가 청와대를 지키는 경찰 방어선을 에워싸면서 경찰 방어선의 약한 고리를 뚫고 청와대 담을 넘을지 모른다는 주장까지 흘러나왔다. 혁명전야 같은 느낌마저 드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만약 시위대가 경찰 방어막을 뚫고 청와대를 점령했다면 그대로 혁명정권이 세워졌을 것이다.
대통령 퇴진은 결국 혁명이 아니라 탄핵의 방법으로 선회했다. 태극기집회가 본격 등장하고 탄핵 저지 운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태극기집회가 열리자 언론은 이에 대해 침묵하거나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집회’ 등으로 축소 보도했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하태경 의원은 “최순실의 돈으로 태극기집회를 연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폭민 정치
2016년 12월9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었고,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8명의 전원 찬성으로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 내려졌다. 형식적으로 보면 대통령의 탄핵이 헌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상은 불법적 측면이 많았다.
첫째, 국회의 탄핵 소추안 의결이나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은 모두 박 대통령의 죄의 유무에 대한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언론의 선동적인 주장들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둘째, 광화문광장에 집결한 수십만 군중이 “박근혜 퇴진하라” “박근혜 탄핵하라”고 외치는 함성이 탄핵소추안 표결 시 국회의원들이나 탄핵 심판에 임하는 헌법재판관들에게 큰 위협이 되었다는 점이다.
촛불시위대는 탄핵소추안 표결 시에는 국회를 에워쌌고, 탄핵 심판 때는 헌법재판소를 에워싸고 압박을 가했다.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2016년 12월16일 한 방송에서“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면 혁명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것들이 국회의원·헌법재판관들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강하게 작용했다고 한다.
크메르루주의 킬링필드에 버금가는 퍼포먼스들
셋째, 촛불시위대는 자신들의 집회가 평화로운 시위라고 선전했지만 광화문광장의 시위 현장에서는 자유민주주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연합통신 편집국장 출신인 서옥식 박사는 2017년 ‘대한언론’ 2월호에 실린 ‘촛불시위 주도 핵심 세력의 정체는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당시의 섬뜩했던 장면들을 상세히 기술한 바 있다. 그것은 전 세계가 악몽처럼 기억하고 있는 캄보디아 급진적 좌익 무장단체인 크메르루주 정권이 전문지식인층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킬링필드’의 현장을 연상시키는 것이었다.
넷째, 촛불 시위대는 주권자인 국민이 “대통령 퇴진하라”고 하면 퇴진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우정치로 가는 길목의 ‘광장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라는 것이다. 국민의 극히 일부가 광장에 모여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내려오라”고 하면 내려와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는 아니다. 그것은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다.
사상 연구의 원로인 양동안 전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광장에 모인 군중이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의 사임을 원한다고 해서 퇴진시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원리인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폭민 정치”라고 규정했다.
광장투쟁의 조직력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엔 세 번의 대규모 촛불집회가 있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아니 한민족 역사 이래 국민 아무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었고, 국민 모두가 그 파장이 우리를 어디로 끌고 갈지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2002년부터 등장한 촛불시위는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데는 실패했으나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촛불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주도 세력의 뜻을 잘 모르고 참여했겠지만, 배후의 주도 세력은 거대한 정권 장악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2002년 효순·미선이 촛불시위,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시위 등을 누가 주도한 것일까.
2002년 촛불시위는 ‘여중생범대위(미군 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심미선 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 2008년 촛불시위는 ‘광우병대책위’, 2016년 촛불시위는 ‘박근혜 퇴진투쟁본부’가 주도했다.
또한 시위를 컨트롤하는 종합상황실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건물에 설치했었다. 실무는 민노총·전교조 등이 주도적으로 했는데 특히 민노총은 대형 촛불투쟁이 있을 때마다 TF 조직을 만들어 행사 전체를 컨트롤 했다.
광장 대중투쟁이 본격화된 것은 2000년 이후부터였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1990년대에서 2000년대에 걸쳐 다양한 좌익·좌경 조직이 양산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1990년대에 노동·교육·언론·문화계 등으로 진출해 민노총·전교조·민변 등 다양한 진지에서 좌익·좌경 성향의 조직들을 만들었고, 나아가 분야별 단체가 연대해 통일전선체 조직인 전국연합(1991) 등도 만들었다.
이후 김대중 대통령이 추진한 남북정상회담(2000.6)과 햇볕정책으로 북한과의 교류가 활성화되자 종북·친북 성향의 통일운동 단체들도 속속 만들어졌다. 실천연대(2000.11)·통일연대(2001.3)·민중연대(2003) 등 새로운 종북 성향의 투쟁 단체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들은 기존의 단체들과 합세하여 광장투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이러한 광장 투쟁을 통한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대중 투쟁을 정치적으로 엄호하기 위한 합법적 정당도 필요했다. 그래서 전국연합이 2001년 9월 결의를 한 후 민주노동당(민노당) 장악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된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교수
△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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