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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의 젖줄 한탄강은 임진강의 지류지만 길이가 136km에 이른다.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거리다. 한탄강의 가장 큰 특징은 폭이 좁고 유속이 빠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가 잦은 여름철 한탄강은 매우 다이나믹한 래프팅 장소가 된다.
한탄강래프팅은 고석정 부근 ‘래프팅 안전 교육장’에서 시작된다. 이곳에서 안전교육을 받은 뒤 구명조끼와 안전모를 착용해야 버스를 타고 래프팅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성실하게 안전교육에 임하는 게 포인트
래프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위다. 한탄강래프팅 출발지인 순담계곡 건너에는 ‘수위기준판’이 설치되어 있다. 수위는 세 가지 색으로 표시되는데 적색까지 물이 차면 래프팅이 전면 금지된다. 물이 불어나는 만큼 유속이 빨라지고 파도도 세게 쳐서 보트가 전복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황색의 경우 구간에 따라 금지되며 청색은 안전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아무리 수위가 낮다고 해도 전복 사고의 가능성은 항시 존재하므로 안전교육은 필수다.
보트가 뒤집어질 경우 결코 보트 안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재빨리 밖으로 빠져나온 뒤 몸이 떠오를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리되 몸이 물에 뜨면 허수아비처럼 하늘을 보고 가만히 누워야 한다. 이때 머리는 상류로, 다리는 하류로 향하게 하여 갑자기 나타날 장애물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래프팅은 구명조끼 착용이 매우 중요하다.
한탄강은 깎인 절벽 사이로 물이 흐르는 구조이므로 대피할 만한 공간이 부족하다. 그럴 때는 절벽을 기어오르기보다 유속에 몸을 맡긴 채 가만히 떠가면서 구조를 기다리는 게 좋다.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따라 이동하는 C코스
한탄강래프팅은 모두 5개의 코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보통 B·C 코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다른 코스는 너무 평탄하거나 지나치게 길어 크게 인기가 없다.
B·C 코스 둘 다 2시간가량 소요되는 것은 비슷하지만 B코스(승일교~순담계곡)는 상대적으로 익사이팅한 포인트가 많고, C코스(순담계곡~군탄교)는 주상절리가 길게 이어져 절경을 이룬다. 내가 속한 팀은 C코스를 선택했다.
버스에서 내리면 대원 8명이 힘을 합쳐 절벽 위에 대기 중인 보트를 래프팅 장소로 운반해야 한다.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이라는 현판이 나붙은 순담계곡을 출발한 지 10분쯤 지났을까. 첫 번째 급류 포인트가 등장했다.
전날 비가 온 탓에 강물이 으르렁거리며 달려드는 게 위협적이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악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빠른 속도로 달려온 물살이 보트를 세게 때렸고 사람 키만큼 튀어 오른 물이 대원들을 덮쳤다. 순식간이었다. 이렇게 빨리 옷이 젖을 줄은 미처 몰랐다. 수위가 제법 올라간 탓이었다. 한탄강댐이 부지런히 방류하여 물은 꾸준히 빠지고 있었지만 래프팅 보트를 앞뒤로 뒤흔들 만큼의 위력은 간직하고 있었다.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 ‘한탄강’
다음 파도가 찾아온 것은 10분이 지나서였다. 그사이 적응이 되어선지 처음처럼 물이 두렵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급류에 익숙해지면서 비로소 주변 경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듣던 대로 절경이었다.
사람 해골을 연상시키는 ‘해골바위’를 지나자 ‘악어바위’가 나타났다. 상류에서 바라본 악어바위는 하류 쪽으로 이동하면서 ‘쌍자라바위’로 모습이 바뀌었다.
한탄강은 깎아지른 협곡 지형으로 인해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54만 년에서 12만 년 전 사이 화산이 폭발하면서 철원평야로 용암이 쏟아져 내렸고, 뜨거운 용암이 짧은 시간에 냉각·수축되면서 돌기둥 형태로 굳었다. 이 게 주상절리다. 한탄강은 선캄브리아 대부터 신생대까지의 지층을 확인할 수 있는 지질학의 보물 창고다.
잠깐 강안 모래톱에서 있었던 휴식 시간에 이준규(25) 한탄강래프팅 조교에게 어려운 점은 없는지 물었다.
“간혹 술을 드시고 오는 분들이 있는데 이럴 경우 물에 빠지는 등 사고 위험이 있는 데다 같이 참여하는 분들에게 폐가 됩니다. 이런 분들께는 다음 기회를 이용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나이가 많지 않아도 래프팅 조교로만 9년째 일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우연히 시작했는데 적성에도 맞고 보람도 있어 경기도 부천에서 철원으로 집도 옮겼다.
“원래 이맘때는 평일에도 하루 열 대 이상 보트가 뜨는데 최근 수해로 인해 많이 취소되었습니다. 안전 수칙만 잘 지키면 래프팅처럼 신나고 재미있는 스포츠가 없죠.”
까맣게 탄 그의 얼굴에서 싱그러운 젊음이 느껴졌다.
여행 마무리는 로컬 맛집에서
철원을 찾았다면 철원 맛집을 방문해 보자. 만두전골로 유명한 ‘솔향기’는 래프팅을 마치고 뜨끈한 음식으로 속을 가라앉히기 좋은 곳이다. 손만두에 버섯·수육·칼국수가 뭉근하게 어우러져 입에 착착 붙는다. 철원 오대쌀 막걸리 ‘한탄강익스프레스’ ‘DMZ평화대관람차’를 곁들이면 더욱 굿!
‘내대리 원조 서울식당 오징어물회’는 우연히 손님상에 내놓은 물회가 인기를 끌면서 오징어물회 전문점으로 자리 잡은 곳이다. 강원도 산골에서 물회라니 뜬금없이 들리지만 1987년 오픈해 철원을 대표하는 식당으로 자리 잡았다.
이 집이 인기를 끌면서 인근에 오징어물회 식당이 잇달아 생기기도 했지만 현지인 증언에 의하면 서울식당이 원조라고 한다. 푸짐하게 채 썬 배와 오징어회가 어우러져 절묘한 맛을 자아낸다. 철원=임유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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